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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잠근 수쿠크법 공청회 … 대한민국 국회, 뭐가 두렵나




이슬람채권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내용의 ‘수쿠크 법안’ 공청회가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열렸다. 공청회가 시작되자 경위가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4일 오후 2시 국회 본청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회의실 앞. 경위들이 기자들과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아섰다. 출입문 통과는 진술인과 의원, 몇몇 기재위 관계자에게만 허용됐다. 문에는 ‘공청회 진행 중(비공개)’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었다. 이슬람채권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수쿠크법)에 대한 국회 공청회는 ‘의견을 듣는 공개적인 모임’이란 뜻의 공청회란 말에 걸맞지 않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기재위는 “보안 때문에” 기획재정부 공무원도 4명만 참석시켰고, 속기록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철저하게 ‘비밀 공청회’를 한 것이다. 김성조 기재위원장은 “이슬람 채권법 관련 국가와의 외교적 관계 등을 고려해 비공개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재위원인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비공개가) 국익을 위해서라는데 국회법상 공청회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비공개할 수 있을 뿐”이라며 “결국 의원들이 기독교에 잘못 보이면 안 된다는 건데…”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소속 한 의원은 “오늘도 (기독교계로부터) 수쿠크 법안을 처리하지 말라고 위협하는 문자가 여러 통 왔다”며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청회에는 전체 의원 26명(위원장 포함) 중 20명이 참석했다. 한나라당 박근혜·이혜훈(해외 일정으로 3월 5일 귀국)·권영세·이종구 의원, 민주당 이종걸(빙부상)·강성종(수감 중) 의원 등 6명이 불참했다.

이날 수쿠크 법안 찬성 측에선 정태영 대우증권 전무와 이원삼(국제관계학) 선문대 교수가, 반대 측에선 고영일 변호사와 권영준(경영학) 경희대 교수가 진술인으로 나왔다. 중앙일보는 공청회를 전후해 진술인들의 견해를 취재했다.

 ▶정태영 전무=수쿠크는 단순한 이슬람채권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투자처다. 미국과 유럽에 치우쳐 있는 국내 외화차입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잠재력이 큰 이슬람은 한국에 있어 미개척 펀딩마켓으로 중요한 외화 유동성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원삼 교수=이슬람채권을 취급하는 전문금융기관이 전 세계적으로 300여 곳이나 된다. 이슬람 금융이 세계자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0%를 넘는다.

 ▶고영일 변호사=정부 정책에 종교(기독교)가 개입한다고 비난하는데 사실은 정부가 종교에 개입한 것이다.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법안을 만들어 정교 분리 원칙을 어긴 것이다.

 ▶권영준 교수=이슬람채권은 구조적으로 감독이 취약한 해외 SPC(특수목적회사)를 통한 금융거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투명성 결여로 인한 불법·탈법 거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예방대책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원들은 공청회가 끝난 뒤에도 “좀 더 논의해 봐야 한다”며 찬반 입장을 밝히길 꺼렸다. 이정희 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런 공청회를 연 것은 수쿠크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려는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3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고,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도 “사회적 갈등을 크게 야기할 수 있으니 폐기해야 한다”고 했었다.

이날 공청회장 밖에선 한 목사가 ‘수쿠크 법안 폐기가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진 않는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얼마 전엔 법안 반대운동을 주도하는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김성조 기재위원장을 만났다고 한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는 9일 수쿠크 관련 토론회를 별도로 연다.

 김민전(정치학) 경희대 교수는 “거대 기독교 종파들이 반대하니 비공개로 한 것 같은데 국민이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며 “의원이란 국민을 대신해 매 순간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람들인데 선거에서 표를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면 의원 자격이 없다”고 했다. 장훈(정치학) 중앙대 교수는 “‘종교의 정치화’라는 어려운 과제 앞에서 의원들이 상식을 따르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백일현·허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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