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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북한인권법, 억압과 세뇌의 퇴치




정승재
정치 평론가
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회장


인권의 범위와 질은 체제나 문화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같을 순 없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가 다를 것이며 유럽과 동양권의 상황도 동일선상에서 봐선 안 된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세계의 어떤 체제도 갖춰야 할 분모는 존재한다. 목숨이 끊기는 굶주림, 권력으로부터의 억압, 기회에 대한 불평등이다. 인권을 위한 최소한의 영역이다. 유엔도 권리헌장을 통해 이러한 생명권·자유권·평등권을 인권의 최후 보루로 설정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북한만이 그런 가치를 송두리째 짓밟고 있다. 그 각각의 실체를 살핀다.

 먼저 굶주림이다. 군과 당간부 등 상류층을 제외하면 북한 주민의 절대 다수가 허기로 생명을 위협받는다. 해방 이후 1500만 명에 육박하는 주민이 굶어 죽었고, 한 해 100만 명 정도가 아사한 때도 있었다. 지금도 6세 미만의 아이 절반 이상은 배고파 죽는다는 통계가 잡혀 있다. 연명을 위한 절도와 구걸도 만연해 있다. 이런 지경인데도 북한 정권은 주민을 위한 식량 확보보다는 전쟁을 위한 군량미 축적에 골몰한다. 주민이 굶어 죽는데 한눈파는 체제에 옹호나 변론이 용납될 수 없다.

 다음은 억압의 실제다. 이념이나 종교의 자유는 멀고 먼 다른 세상의 얘기다. 오직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만 있을 뿐이다. 체제에 반하는 이른바 적대계층에 대한 만행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들은 통제구역 혹은 군부대로 위장된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진다. ‘최악의 지옥’으로도 일컬어진다. 북한 전역에 확인된 곳만 10여 개에 이르고 30만 명이 달하는 사람이 갇혀 있다. 쥐를 잡아먹는다거나 낙태시키려고 임부의 배위에서 널뛴다는 실화도 수용소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불평등이다. 김씨 일가 얘기만으로 그 실상을 이해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우선 지구상에 없는 전대미문의 3대 권력 세습이 상징이다. 김정일의 후계로 지목된 김정은의 등극은 불평등의 극치다. 군 복무도 안 한 새파란 사람한테 ‘장군’ 칭호를 붙이고 군사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직위까지 얹었다. 김정일의 장남과 차남도 기아에 허덕이는 인민의 생활상과는 상극이다. 직업 없이 해외에서 호사스러운 사치에 유람을 즐긴다.

 전 인류가 공감하는 ‘인권’으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적어도 아사에 억압과 세뇌는 퇴치되도록 도와야 한다. 빠른 ‘북한인권법’ 제정이 그 작은 시발이 될 수 있다. 탈북자를 포함한 북한 주민의 인도적 지원과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 자극해야 바뀌는 것이다. 폐쇄의 북한은 더욱 그렇다. 국외(局外)인 일본도, 미국도 만든 ‘북한인권법’을 당사자인 우리가 미적대는 이유가 군색하다. 이 법의 제정이 평양 정권의 화를 유발하고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예단은 패배주의적 발로다. 툭하면 ‘서울 불바다’를 운운하고 군함을 침몰시키며 민간인에게 포를 쏘는 상대에게 어정쩡한 ‘포용’으로 자연스러운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그러니 늘 당한다는 말도 생긴다. 구더기 염려로 장 담그지 말자는 이치와 같다.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고 법사위에 계류된 이 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긴요한 때다.

정승재 정치 평론가 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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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