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BOOK] 천황주의 반대했지만 ‘학계의 천황’이라 불린 마루야마 마사오





전중(戰中)과 전후(戰後)
사이 1936~1957
마루야마 마사오 지음
김석근 옮김, 휴머니스트
685쪽, 3만5000원


일본의 정치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1914~96·사진), 역시 거물은 거물이다. 『전중과 전후 사이』는 그가 쓴 짧은 글 모음이지만, 20세기 일본의 지성을 대표하는 인물다운 글의 격(格)이 느껴진다. 때문에 강연·서평·신문기고 등 60여 꼭지의 글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고, 매 꼭지에서 번득이는 그 무엇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의 부제가 ‘마루야마 마사오, 정치학의 기원과 사유의 근원을 읽는다’라며 묵직한 것도 그런 배경이다.

 일테면 『미국의 민주주의』로 유명한 프랑스의 알렉시스 토크빌에 대한 그의 짧은 언급이 인상적이다. 그에 따르면 토크빌은 “진짜배기”다. “어중이떠중이와 달리 진품”(621쪽)이라서 그를 자유주의자·보수주의자로 단정하는 게 바보짓이다. 후대 사람들은 얼핏 반동사상가로 보이는 그를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빨아들여야 하다. 헤겔·홉스 등 거물 역시 그렇다는 게 마루야마의 지적인데, 그것이야말로 마루야마를 대할 때 필요한 우리 자세가 아닐까?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민주주의의 이론적 리더로 급부상했던 그는 ‘학계의 덴노(天皇)’로 불린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같은 이도 깍듯하게 존경한다. 『충성과 반역』『일본정치사상사연구』 등 묵직한 저술 등이 이미 국내에 소개됐기 때문에, 기회에 짧은 글 갈피에 스며있는 그의 인간적 목소리와 디테일을 접하는 것도 훌륭한 공부이리라. 새삼 재확인하지만 마루야마 자체가 토크빌의 경우처럼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옮긴이의 말처럼 래디컬 리버럴리스트(진보적 자유주의자)이기 때문에 근대 시민의 정치윤리에 충실하다. 일본 특유의 파시즘적인 국체론(천황 중심의 초국가주의)에는 당연히 비판적이다. 동시에 마르크시즘 같은 이론신앙(마루야마의 용어임)이나, 극단적 투쟁에도 멀찍이 거리를 뒀다. 60년대 말 과격 학생운동에 나선 토쿄대생들이 그를 잠시 연금하기도 했지만, “비이성적 광란을 멈추라”고 호통을 친 것도 바로 그이다.

 마음이 편치 않은 건 두루 반복되는 메이지시대에 대한 그의 긍정이다. “메이지의 역사는 곧 나의 역사”라고 말했던 소설가 나쓰메 소세끼의 말을 언급하는데, 그게 마루야마의 속생각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죽었을 때 많은 급진 사상가들도 애도했다는 대목 같은 게 좀 걸린다. 확실히 일본 메이지와 우리의 구한말·일제강점기는 서로 극과 극을 달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의 실패한 근대화를 되비춰보는 거울로 딱 좋은 게 이 책이다.

 이 책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후쿠자와 유기치와, 우치무라 간조 두 사람이다. 후쿠자와는 메이지일본을 대표하는 저술 『문명론의 개략』으로 유명하며 현행 1만 엔 권 지폐의 초상화로 등장한다. 반면 함석헌이 스승으로 모렸던 우치무라는 그 시절 이례적으로 기독교에 입신해 국체론 교육에 반대했던 종교 사상가이다. 마루야마가 이 두 명을 메이지의 시대정신과 씨름했던 거인으로 받들며 분석하고, 또 천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