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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영화와 현실





2009년 6월, 위성방송 스카이 이탈리아 채널은 느닷없이 1980년작 영화 ‘사막의 라이언(Lion of the Desert)’을 편성했다. 미국·리비아 합작인 이 영화는 1930년대 리비아 민중이 지도자 우마르 묵타르(Omar Muktar)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침략군에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 영화가 이탈리아군이 포로를 폭행해 학살하는 장면 등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1982년 상영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었다. 하지만 2009년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의 이탈리아 방문 기간에 맞춰 TV 편성이 이뤄졌다.

 카다피와 이 영화의 인연은 매우 각별하다. 1969년 쿠데타로 집권한 카다피는 대작 영화를 통해 ‘서구에 맞서는 아랍의 영웅’으로 자신의 위업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그가 원하는 이미지의 이상적인 모델이 바로 우마르 묵타르였다.

 할리우드의 아랍계 프로듀서 무스타파 아카드가 감독에 선정됐다. 아카드는 1977년 예언자 무함마드의 전기 영화 ‘무함마드, 신의 메신저’ 제작 때문에 카다피의 신뢰를 얻은 인물이었다. 3500만 달러의 오일 머니가 아낌없이 투입됐다. 같은 해 나온 007 시리즈 ‘포 유어 아이즈 온리’(제작비 2800만 달러)보다도 1.5배나 많은 규모였다.

 그 결과 묵타르 역의 앤서니 퀸을 비롯해 올리버 리드, 로드 스타이거 등 월드 스타들이 캐스팅됐고, 수백 명의 기마대가 탱크부대와 맞서 싸우는 대규모 전투 장면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관객은 프로파간다를 원치 않았다. 전 세계 흥행 수입은 1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고, 이는 20세기 영화 사상 손꼽히는 실패 사례로 꼽힌다. 물론 가장 큰 투자자 카다피가 만족했으니 돈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영화 속 리비아인들은 유목민족 베두인의 후예답게 탱크 앞에서도 끈으로 다리를 묶고(후퇴하지 않기 위해) 용감하게 싸운다. 포로가 된 묵타르도 “승리 아니면 죽음이다. 우리에게 타협이란 없다. 내가 안 되면 다음 세대가 이어 싸울 것”이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과연 카다피는 그 국민이 목숨을 걸고 물리치려 하는 상대가 바로 자신이고, 국민들이 외세 개입에 희망을 거는 상황을 상상이나 해봤을까. 아직도 “국민들은 나를 사랑한다”고 우기고 있는 카다피는 더 이상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란 사실을 언제 깨닫게 될까.

송원섭 JES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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