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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민주주의 … 재스민 혁명 방아쇠 당긴 건 ‘자기표현의 가치’





민주주의는 어떻게 오는가
로널드 잉글하트
크리스찬 웰젤 지음
지은주 옮김, 김영사
616쪽, 2만5000원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재스민’ 혁명이 중동을 뒤흔들고 있다. 서구식 민주주의가 이 지역에서 연착륙할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문명의 충돌』을 쓴 사무엘 헌팅턴을 언급할 것도 없이, 중동은 최근까지도 서구적 가치에 대해 배타적이었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오는가』는 이 주제와 관련해 의미 있는 논의점을 던지고 있다. 저자들은 민주주의 정착의 핵심 요인으로 ‘자기 표현 가치’(self-expressive value)를 꺼내 들었다. 자신이 속해 있는 국가나 집단의 영향에서 벗어나, 개인들이 자율성·다양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선호를 추구하는 것을 일컫는 개념이다.

 저자들은 ‘사회경제적 변화가 민주주의로 이어진다’고 보는 근대화론을 계승한다. 그러면서도 ‘사회경제적 변화 못지 않게 자기가치의 등장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래서 저자들은 스스로의 이론을 ‘개정화된 근대화론’으로 부른다.

 근대화론은, 일정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권위주의 정치를 유지하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이 책의 저자들은 “그 사회 안에서 자기표현 가치가 충분히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자기표현 가치’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로 불릴 수 있는, 새로운 현상들을 이해 하는 데에도 유효하다. 기존의 민주국가에서 정당이나 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의 ‘대의성’이 약화되고, 자율적 개인들이 직접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현상 말이다. 저자들은 ‘자율적 시민이라면, 자기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사회엘리트나 대의집단에 더 이상 위임하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인 로널드 잉글하트(미국 미시건대 정치학과 교수)와 크리스찬 웰젤(독일 브레멘대 정치학과 교수)는, 1981년이후 세계의 주요 국가에서 개인들의 태도·신념 등을 조사한 ‘세계 가치 서베이’의 결과물로 이 책을 내놓았다.

 이들은 책 말미에서 “민주주의는 인류 발전에 내재된 해방적 힘이 제도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도 “민주주의는 일단 설치됐다고, 저절로 작동하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라고 조언하고 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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