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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인물은 엉성 사건은 삐걱 ‘9가지 부조리극’





간과 쓸개
김숨 지음, 문학과지성사
336쪽, 1만1000원


2007년 봄부터 2009년 여름까지, 문학잡지·테마 소설집 등을 통해 발표한 단편 9편을 모은 김숨(37)씨의 새 소설집이다. 그의 소설에 익숙치 않은 독자라면 무심코 책을 집어 들었다가 자칫 실망하기 쉽다. 비현실적인 사건들의 종잡을 수 없는 연쇄 속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김씨의 소설은 사실주의적 규율과 거리가 멀다. 김숨의 소설 극장에서 인물들은 어딘가 엉성하고 사건들은 삐걱거린다. 마치 부조리극 같다.

 표제작 ‘간과 쓸개’는 그나마 평이한 작품이다. 간암에 걸린 60대 남성의 쓸쓸한 일상이 채도 낮은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펼쳐진다.

 책에 실린 두 번째 단편 ‘모일, 저녁’은 반전(反轉)이 강렬하다. 김숨 특유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소설의 화자, ‘나’의 아버지는 평생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한 사람이다. 지금 하는 일은 대청댐 부근 식당에서 하루 100마리의 뱀장어를 잡은 대가로 마리당 400원씩 보수를 받는, 한국적 식도락 문화의 말단 하청 작업이다. ‘살생 노동력’이 그가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교환가치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 하는 나는 신탄진의 아버지 집이 영 마뜩찮다. 좁아터진 데다 고시에 도전하다 폐인이 된 삼촌이 방 하나를 차지한 채 두문불출 버티고 있어서다. 반 년 만에 찾은 집은 그래도 만찬 준비로 부산하다. 고작 다섯 마리지만 아버지는 전어 굽기에 여념이 없고 어머니는 쉴 새 없이 먹거리를 챙긴다. 평이해서 지루한 소설, 어떻게 마무리하려나 걱정될 무렵 반전이 시작된다. 아버지가 소주를 사러 나간 사이 베란다로 나가보니 전어가 대가리만 남기고 새카맣게 타 있다. 어찌된 일일까. 굽다 먹어버린 것일까.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전어 굽는 내내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나마 남은 대가리도 아랫층에 사는 노망 난 노파가 불쑥 올라와 아작아작 씹어 먹는다. 인간이 교환 단위로 환산되는 자본주의 비판 치고는 기괴하다.

 ‘사막여우 우리 앞으로’는 인간의 동물적 본성에 대한, ‘북쪽 방’은 노년의 불안한 심리 상태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힌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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