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엄마와 함께] 아빠가 침대로 들어온 날, 난 망가로 도망쳤어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
카롤린 필립스 지음
김영진 옮김, 시공사
216쪽, 8500원


유급을 몇 차례나 반복하고도 낙제점만 간신히 면한 소년 크리스티안. 하루에도 몇 번씩 의자에서 넘어지고, 수업이 무르익을 만하면 복통을 호소하며 화장실로 달려간다. 그런 그가 잘 하는 건 망가(일본 만화) 그리기. 그의 망가엔 무적의 흑기사와 그의 노예 마사루가 나온다. 마사루는 흑기사에게 시달리면서도 흑기사를 존경했다. 흑기사는 대적할 자가 없을 만큼 막강했기 때문이다.

 흑기사는 해가 지면 사냥감을 찾아 나선다. 마사루는 흑기사가 빈 손으로 돌아올까봐 두려워한다. 허탕 치는 날엔…. 마사루는 소년을 꼭 닮았다. 그리고 흑기사는 소년의 아빠를 닮았다.

 6년 전 엄마가 외할머니의 병수발을 들러 멀리 떠나던 날, 소년은 아빠의 침대에서 함께 자기로 한다. 공부를 못해 늘 아빠에게 “정말 실망했다”는 말을 들었던 소년이지만 그 밤 이후론 그런 일이 없었다. 아빠는 값비싼 학용품과 휴대전화 따위를 아들에게 사 날랐다. 이후 6년간 엄마가 없는 날이면 흑기사는 어김없이 마사루의 방으로 찾아온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빠에게 성폭행을 당해온 소년의 입은 꼭 잠겨 있다. 아빠는 ‘가족의 명예’, ‘남자들만의 비밀’을 들먹이며 입막음을 했다. 심지어 “내 침대로 들어온 건 너였어!”라며 아들에게 책임을 돌린다.

 소년이 유일하게 속내를 펼쳐내는 공간은 망가다. 그러나 소년은 결론을 그리지 못하고 내내 망설인다. 망가는 해피엔드로 끝나는 게 원칙이지만, 소년에게 행복한 결말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망가를 통해 소년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만,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엄마는 외할머니 집으로 도망치듯 가 버린다. 누구에게도 보호 받지 못하는 아이. 결국 흑기사를 물리쳐야 하는 것은 마사루 자신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은 ‘잘못은 늘 가해자에게 있지, 피해자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속에 품고 있는 아이들에게 권한다.

이경희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