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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찾아서] 예술가와 사랑





예술가들의
불멸의 사랑
디트마르 그리저 지음
이수영 옮김, 푸르메
280쪽, 1만4000원


괴테는 용감했다. 아니다. 뻔뻔했다. 72세 나이에 자기보다 55세나 어린 17세 소녀 울리케를 마음에 품었다. 자신이 쓴 책『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에 정성껏 서명해 선물하고, 말린 꽃잎을 유리액자에 넣어주었다. “노친네, 아직도 아가씨들을 찾다니!”하는 친구들의 놀림도 소용없었다. 소녀가 19세가 되었을 때, 괴테는 그녀의 부모를 만나 자신이 사망할 경우를 대비해 거액의 유족연금까지 제안하며 청혼을 했다.

 하지만 그를 아버지 같은 존재로만 여긴 소녀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침내 사랑을 단념하고 돌아선 괴테. 주머니에서 연필을 꺼내 끼적인 글이 ‘마리엔바트의 비가’다. 대문호의 미친(?) 열정이 없었어도 세계 문학사에 빛날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의 아내 잔 에뷔테른(1898~1920). 두 사람은 각각 32세, 18세에 만났다. 모딜리아니는 그녀와 함께한 3년 사이에 25점 이상의 에비테른의 초상화를 그리고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에뷔테른도 남편을 따라 바로 이튿날 목숨을 던졌다.

 이 책에 새 제목을 붙인다면 『사랑은 미친 짓이다』쯤이 되겠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부터 에디트 피아프에 이르기까지 예술가 18명의 사랑놀이엔 무난한 얘기가 끼어들 틈이 없다. 수십 년의 나이 차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이어도 상관없었다.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도 마찬가지였다. 숱한 염문을 뿌린 그는 69세에 자신이 직접 오디션에서 선발한 20대 중반의 성악가 캐리 프링글에게 푹 빠졌다. 연이어진 공연에서 그녀가 나오는 2막의 시작 부분까지만 보고 극장을 떠나곤 했다. 바그너가 세상을 떠나기 7개월 전의 일이었다.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를 부른 프랑스 여가수 에디트 피아프는 46세에 스무 살이나 어린, 아들 같은 남자 테오 사라포와 결혼했다. 피아프는 이미 몸이 극도로 쇠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남자는 ‘그녀의 돈을 노린다’는 여론의 눈총을 받았다. 피아프는 결혼 1년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외로운 마지막 길을 돌봐준 사라포 덕분에 그녀는 행복했다. 하인리히 하이네도 자신보다 30세나 어린 여성과 사랑에 빠져 이런 편지를 썼다. “당신이 자주 올수록 나는 그만큼 더 행복해질 겁니다. 멘델스존의 노래 중에 ‘그대여 빨리 와요!’라는 노래가 내 머릿속에서 자꾸 맴도는구려. 그대여, 빨리 와요!”

 지은이는 가난했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사랑을 한 프란츠 카프카, 죽음도 갈라 놓지 못한 불멸의 사랑을 한 모딜리아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예술가들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타고난 덕분에 말년에 이르러서도 ‘마지막 사랑’의 기적을 실천해 보였고, 그것이 결코 공허한 망상이 아님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책이 흥미로운 것은 스캔들과 불륜, 혹은 이기적인 사랑이 자극적이라서가 아니다. 돈과 명예를 거머쥐고도 끊임없이 공허감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바로 곁에서 위안이 되어줄 사람을 끊임없이 찾아 다닌 인간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이성에 대한 열정과 창작 에너지는 동전의 앞뒤와 같았다. 절절한 러브 스토리에 대리만족을 기대한 독자를 뿌듯하게 할 만큼은 아니지만, 서양문화사의 구석구석을 접하는 즐거움이 크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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