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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톡톡, 봄이 터지네요

전라도 서쪽 끝 신안에서 경상도 남해 거제까지, 봄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차, 길에서 전해 들은 ‘전국에 비’ 소식. 발걸음이 분망해졌습니다. 문득 ‘비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월의 마지막 주말에 맞는 첫 봄비. 나쁘지 않은 봄마중입니다.



 모진 겨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귀한 봄비를 여관방에서 맞기는 싫었습니다. 다시 분주해졌습니다. 2번 국도와 호남·남해고속도로를 오가며 우신(雨信)을 맞을 자리를 찾아다녔습니다. 해질녘 겨우 들른 곳은 순천 금전산 아래 금둔사. 납매화(臘梅花) 여섯 그루가 이제 막 붉은 꽃망울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물론 만개는 아닙니다. 납매는 음력 섣달에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올해 봄꽃은 유난히 시린 겨울을 딛고 어렵사리 꽃망울을 터트렸다. 비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순천 금둔사 홍매화. 그럼에도 꽃은 피었다.







“이 비가 지나고 나면 활짝 피겠지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때입니다. 넘치면 귀한 줄 모르잖습니까.”



 금둔사 지허(70) 스님의 말씀입니다. 납매는 벌·나비 없는 겨울에 피우기에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더러 수정을 하는 놈도 있지만 “겨우내 꽃을 피우느라 기진맥진해 늦게까지 남은 놈들은 짜잔한 것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열매를 받아 심어도 싹이 나지 않습니다.



 스님에게 금둔사 요사채 방 한 칸을 청했습니다. 비 오는 봄 밤 우매(雨梅) 향 가득한 금둔사를 찾아 들어간 건 정말 잘한 일이었습니다. 이윽고 날이 저물어 산문이 깊이 잠든 시각. 굵지도 가늘지도 않은 빗방울이 요사채 기와를 때렸습니다. 타닥타닥 화톳불 타는 소리인 줄 알고 눈이 먼저 떠졌습니다.



 지금까지 금둔사 납매는 세 그루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하룻밤 묵으면서 알았습니다. 요사채 해우소 앞에 여섯 번째 납매가 있는 것입니다. 금둔사 납매는 지허 스님이 기거하는 설선당과 삼신당 사이 두 그루가 유명하지요. 해마다 이 매화만 보고 돌아서 왔으니 몰랐던 겁니다.



 해우소 아래 비탈길에 핀 여섯 번째 매화는 시방 꽃이 가장 예쁩니다. 이 봄, 가장 허름한 곳에 자리한 가장 아름다운 매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사채에서 매화나무까지 불과 몇 걸음입니다. 봄비 내리는 밤, 혹여 우매 향이 흘러들어오지는 않을까 문지방 쪽으로 몸을 돌려 새우잠을 잤습니다.



 아무래도 올봄은 더디게 올 것 같습니다. 동백꽃도 올해는 느립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붉은 꽃잎 뚝뚝 듣던 보길도(완도)·오동도(여수)·지심도(거제) 동백도 이제 겨우 한두 방울 맺혔을 뿐입니다. 올해는 할 수 없이 춘백입니다. 대신 겨울 풋것은 아직 푸릅니다. 신안 비금도와 남해 다랭이마을의 시금치는 겨우내 강풍과 폭설에 잠겨 이파리 끝이 노랗게 타버렸다가 이제야 살아났습니다. 남도 들녘의 보리·마늘도 푸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더디게 오는 봄이어서 더욱 간절합니다. 한 줌의 볕처럼 말입니다. 봄소식을 전합니다.



  ▶[관련기사 보기] 나 찾는 이 있거든 봄마중 갔다 전해주오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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