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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환율 ‘트라우마’





물가 잡자고 개입하자니 2008년 아픈 기억 떠올라







“외환당국이 달러를 대량으로 팔 수도(매도 개입) 있으니 경계하라.”



 요즘 외환시장에서 부쩍 많이 나오는 얘기다. 외환당국이 달러를 팔아 원화 값이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원화가 달러당 1130원 선 가까이로 접근하면 이런 주문의 빈도가 잦아진다. 연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개입’이라고 하면 외환당국이 달러를 사들여 원화 강세를 막는 매수 개입을 의미했다. 그리고 1100원 선이 그 기준선으로 여겨졌다.



 상황을 확 바꾼 건 고공비행하는 물가다. 물가 잡는 ‘매’는 뭐니뭐니해도 금리와 환율이다. 요즘처럼 원유 등 원자재 값 오름세가 물가를 압박할 때는 금리보다 환율이 즉효약이다. “환율은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며 쏠림이 있을 때만 개입한다”는 원론적 입장 뒤편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환율도 민생고를 감안해 물가를 낮추는 ‘친(親)서민’쪽으로 가야 한다는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임종룡 차관은 2일 “월 평균 환율이 지난해 말 이후 2.6% 떨어졌는데 물가에는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계속 원화가치가 올라주면 좋겠는데 현실은 다르다. 원화 값은 2월 중순 이후 떨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중동사태에다 북한 리스크까지 겹치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을 빼고 있어 원화 값이 오르기는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그해에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 상승하고, 원화가치가 10% 떨어지면 0.80%포인트 오른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국제유가가 오르면 그야말로 물가에 치명타가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중동사태가 얼마나 악화될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진단이 나와야 처방도 내려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가 오름세가 단기에 그친다면 지금의 입장에서 큰 변화는 없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금리·환율·유류세 등 정책수단을 새롭게 조합한 처방이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으로 환율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신중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물가가 ‘발등의 불’이긴 하지만 수출도 놓칠 수 없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 트라우마도 겹친다. 원화 약세를 이끌기 위한 개입에 비해 원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개입은 치러야 할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피 같은’ 달러를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하지만 금융위기 당시 해외에선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 선을 ‘위험선’으로 언급했고, 우리 정부도 이를 지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다. 이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2000억 달러를 깰 수는 없다는 걸 감안하면 실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그렇게 많은 게 아니다”는 말도 나온다.



조민근 기자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전쟁이나 사고 등 생명을 위협할 만한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받은 뒤 나타나는 정신적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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