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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은 짧고 절제는 길다 … 50년 후에 더 빛나야 좋은 건축”





서울서 ‘Form Matters’전 여는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한국 도자기야말로 더이상 응축될 수 없는 본질의 경지를 보여준다. 내가 건축에서 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성 기자]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58)가 한국에 왔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 신관에서 열리는 ‘Form Matters’ 전시(12일까지. 02-734-6111)를 위해서다. 2009년 영국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려 주목 받았던 전시로, 한국건축가협회가 주최하는 자리다. 치퍼필드는 영국 건축가지만 지난 25년간 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 더 활발하게 작업해왔다. 특히 2009년 재개관한 독일 노이에스 무제움(Neues Museum)의 재건 프로젝트로 명성을 재확인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3분2 이상이 손상된 건물을 복원하며 벽의 총탄 자국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극도로 절제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모았다.



 요즘 스타 건축가라면 파격적이고 대담한 형태를 주로 시도하지만, 치퍼필드는 이런 경향의 정반대편에 서 있다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는 지난달 그에게 로열골드메달(일생의 작업을 인정하는 의미로 영국 여왕이 수여하는 상)을 주면서 “차분하면서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디테일이 돋보이는 건축”이라며 찬사를 표했다.



 2일 본지가 단독으로 그를 만났다. 최근 영국 일간지들은 그에게 ‘홈커밍 영웅’‘거장’이란 칭호를 붙여줬지만, 영웅의 언어는 학구적이고 소박했다. 인터뷰 중에 즐겨 쓴 단어는 ‘의미’ ‘본질’ ‘책임’이었다. ‘평범함’과 ‘삶’에도 힘을 주었다. 그의 건축철학이 ‘명료하게’(역시 그가 즐겨 쓴 단어다) 보이는 듯했다.



-전시제목이 ‘Form Matters’다. 어떤 메시지를 담았나.



 “영어로 ‘Matter’는 중요하다는 뜻도 있지만, ‘물질’ ‘재료’란 뜻도 있다. 건축 재료 하면 유리나 벽돌 등을 떠올리지만, 그런 것은 얇은 ‘껍데기(skin)’다. 건축은 그 이상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건물이 장소에 어떤 의미가 되고,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이다. 전시에서는 이런 요소를 고려하며 아이디어가 발전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노이에스 무제움은 논란이 뜨거웠다.



 “(단호한 어조로)논쟁은 완공되기 전의 일이다. 개관 후에 논쟁은 없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원형을 그대로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내가 주력한 것은 역사의 맥락을 미래의 가능성과 연결하는 것이었다. 이곳은 개관 후 첫 해 동안 140만 명이 다녀갔다. 폭발적 반응이었다.”









영국 웨이크필드 햅워스 갤러리(5월 개관·사진 위, © 데이비드치퍼필드아키텍츠)와 독일 마르바흐 암네카 현대 문학 뮤지엄(2006, © Christian Richters).



-영국 건축가인데 독일에서 더 많은 활동을 했다.



 “독일은 도시 전체의 계획을 갖고 건물 하나하나의 디자인을 면밀히 검토한다. 영국에 비해서는 덜 상업적이고, 건축에 대한 관심도 높다. 미술관을 지으면서 오로지 도시 재생·경제적 효과만 강조하지 않는다. 상업적인 건축물이라도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지어야 한다. 건축가는 항상 일반 대중에 대한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지금 ‘디자인 도시’가 화두다. 서울을 어떻게 보았나.



 “산과 구불구불한 언덕(hills)이 연결돼 있는 게 가장 눈에 띈다. 이것을 도시의 아이덴티티(정체성)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저층의 건물이 모인 동네도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낮은 건물들이 모인 구역을 잘 보존해 초고층의 도심과 조화시키면 좋을 듯하다.”



-당신의 스타일은 요즘 파격적인 형태를 내세운 프랭크 게리(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설계) 나 자하 하디드(비트라 소방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설계)의 것과는 많이 다르다.



 “‘특별한 프로젝트’로 강력한 인상을 주고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나는 섬세한 건축(fine architecture)이 평범한 것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관심이 많다. 요란하고 스펙터클한 것보다는 차분함을 갖춘 완성도(quiet quality)가 더 중요하다. 건물은 50년 후에도 남아야 하고, 50년 후에 더 좋아야 한다. 제한된 비용을 이미지에 쓸 것인가, 아니면 퀄리티에 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일본 문화가 영향이 당신의 절제미학에 영향을 끼쳤나.



 “더 이상 응축될 수 없는 경지로 본질을 파고 들어가며 미를 추구하는 것은 보편적인 것이다. 한국의 도자기에서도 그런 미학을 발견했다. 한국 역사의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문화의 정점, 완벽함을 보았다. 특히 백자가 인상적이었다. 자기로서 그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생각하기 힘들다. 내가 추구하는 게 그런 것이다. 핵심적인 것, 강한 재료의 퀄리티, 형태의 명료함, 완벽한 것과 완벽하지 않은 것의 균형. 이것이 휴머니티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데이비드 치퍼필드=1953년 런던 생. 킹스턴 아트스쿨·AA(Architectural Association in London)스쿨 졸업. 리처드 로저스·노먼 포스터 밑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84년 독립. 베를린·런던·밀라노·상하이에서 건축사무소 운영 중. 2010년 기사 작위를 받음. 스페인 바르셀로나 법원, 알래스카 앵커리지 뮤지엄, 미국 아이오와 드모인 도서관, 독일 베를린 제임스 시먼 갤러리, 영국 마게이트 터너 현대미술관(4월 개관 예정) 설계. 현재 런던 워털루역, 버킹엄 궁전 인근 빌딩과 켄싱턴의 주택 설계 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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