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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아의 여론女論] 여자는 왜 삶을 포기하나




이영아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연구원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흥미로운 사실이 눈에 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인구사망률에 대한 통계작업이 시작된 초창기의 십 년간은 여성 자살자 수가 남성보다 연 평균 80명 정도 많았다는 것. 그리고 1920~22년의 3년간은 남녀의 자살자 수 차이가 10명 내외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1923년부터 남성 자살자 수가 여성보다 훨씬 많아진다. 일반적으로 자살기도는 여성들이 더 많이 하지만, 자살에 의해 실제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남성들이 더 많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런데 1910년대에는 유례없이 여성들의 자살 사망률이 더 높았던 것이다.

 물론 식민지 초기일수록 통계시스템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았을 가능성, 그로 인해 통계의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살에 대한 사회적 낙인효과나 성불평등적인 관념 때문에 여성들의 자살 사실을 ‘집안 망신’이라며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을 확률도 남성들의 경우보다 더 높다. 그럼에도 이 시기 여성의 자살자 통계수치가 더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 자살자가 실제로도 많았던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1910년대에는 이처럼 여성들의 자살률이 이례적으로 높았을까?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이 시기 여성 자살의 동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식민지 시기 남녀의 자살 원인은 서로 다른 분포도로 변화해 갔다. 1910년대 남성의 주된 자살 원인이 정신착란, 생활고, 병고(病苦) 등의 순서인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친족불화, 정신착란, 생활고의 순이었다. 즉 이 시기에는 여성들의 가족 내 갈등이 매우 심각한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1922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남성의 자살 동기는 생활고, 정신착란, 병고 순이 되고, 여성의 자살 동기는 정신착란, 생활고, 친족불화의 순이 된다. 1922년은 바로 자살자의 남녀비율에 역전이 이루어진 때다. 일제 강점 하에서 조선인들의 빈곤이 심화되어감에 따라 생활고에 의한 자살의 비중이 커지게 되었고, 이때부터 남성들의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가족 내의 갈등으로 인한 자살의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게 되면서 여성들의 자살률 증가폭은 남성에 비해 적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생활고가 보다 더 심해져서이지 가정불화로 인한 자살 건수 자체가 줄어들어서는 아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의 자살 동기도 경제적 어려움, 가정불화, 병고의 순이며, 가정불화로 인한 자살은 여성들에게서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김영택 외, 『여성 자살현황 및 정책 방안』, 한국 여성정책 연구원, 2009). 그만큼 가족 내의 갈등은 여전히 여성들의 삶을 힘겹게 하는 큰 원인이다.

이영아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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