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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헤지펀드, 6개월 새 이익 32조원 남겼다




지난해 하반기 세계 10대 헤지펀드의 수익이 월가 6개 대형은행을 앞섰다. 사진은 로이드 블랭크페인(왼쪽) 골드먼삭스 최고경영자(CEO)와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 [중앙포토]


월가의 대형 은행이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지난해 하반기 성과가 헤지펀드에도 못 미쳤다. 골드먼삭스 등 세계 6대 대형은행이 폴슨앤코 등 세계 10대 헤지펀드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린 것이다.

 헤지펀드 투자회사인 LCH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폴슨앤코 등 세계 10대 헤지펀드는 280억 달러(약 32조원)의 투자 수익을 올렸다. 이는 같은 기간 골드먼삭스와 JP모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즈, HSBC 등 6대 대형 은행의 순이익(260억 달러)보다 20억 달러나 많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6개 은행의 직원이 100만 명이 넘는 데 비해 10대 헤지펀드 직원은 수백 명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가 난 셈”이라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투자자의 주머니를 가장 많이 불려준 헤지펀드는 폴슨앤코였다. 12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폴슨앤코는 이 기간 약 58억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직원 한 사람이 약 5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셈이다. 3만2500명이 일하는 골드먼삭스의 순이익은 43억 달러에 그쳤다. 1인당 수익은 약 13만 달러에 그쳤다. 펀드 설립(1994년) 이후 누적 순이익으로 따져도 폴슨앤코는 322억 달러의 순익을 올리며 73년 설립된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350억 달러)를 바짝 뒤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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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슨앤코의 순항은 존 폴슨 회장이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를 예측한 뒤 투자가 늘며 본격화됐다. 2009년부터 경기 회복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 완화에 따른 달러 약세를 예상해 달러 투자를 줄이는 대신 금 투자를 늘리며 수익을 키웠다.

 헤지펀드의 약진과 대형 은행의 부진한 성적표는 이미 예견됐다. 지난해 대형 은행이 자기 자금을 굴려 주식과 파생상품 등 위험이 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행위를 금지한 ‘도드-프랭크 법안’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손발이 묶인 투자은행(IB)의 수익률 악화는 불을 보듯 뻔했다.






 헤지펀드와 대형 은행 간 신경전도 치열해졌다.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는 은행들이 일제히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했다. 골드먼삭스의 개리 콘 사장과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CEO) 비크람 판디트는 “헤지펀드로 인해 더 큰 세계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규제 강화를 주장했다. 헤지펀드 측은 “고수익·고위험 투자를 할 수 없게 된 은행권의 이기적인 주장”이라며 발끈했다. 헤지펀드도 금융개혁법의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규제 강도는 은행보다 약한 편이다.

 실제로 자기자본 매매(프랍 트레이딩) 관련 부서를 없앤 대형 은행의 수익은 급격하게 줄었다. 골드먼삭스의 지난해 4분기 수익은 전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23억9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은행이라는 거대 경쟁자가 사라진 ‘무주공산’에서 헤지펀드가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 최대 헤지펀드인 브레반 하워드의 나기 카카바니 CEO는 “같은 투자를 하는 자본이 줄어든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언제까지나 손발을 묶고 있지는 않을 것이므로 헤지펀드의 수익 고공행진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10대 헤지펀드의 성과에도 중소규모 펀드의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10대 헤지펀드를 포함한 100대 헤지펀드는 지난해 하반기 7460억 달러의 자금을 굴려 700억 달러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이를 제외한 7000여 개의 군소 헤지펀드는 총 590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리는 등 ‘헤지펀드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했다.

 스티븐 코언 매니저가 이끄는 SAC캐피탈은 지난해 하반기 거래 파문으로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10대 헤지펀드에서 유일하게 밀려났다. SAC캐피탈 대신 패럴론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상위 10개 헤지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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