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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거듭하던 괴짜 ‘와글’로 SNS 샛별 됐네




문현구 LG유플러스 와글사업팀장이 한국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와글’ 애플리케이션을 띄운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 남대문로 LG유플러스 본사. 전체 임원회의 전, 한 달에 한 번 있는 ‘TED(아이디어 콘퍼런스)’에 입사 8년차 문현구(38) 과장이 섰다. 마른 몸피에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의 그는 50여 임원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프레젠테이션을 펼치기 시작했다. 표도, 그래프도, 텍스트도 없었다. 화면에 이미지 한두 개만을 띄워놓은 채 거침없이 자기 주장을 펼쳤다. 이른바 스티브 잡스 식 프레젠테이션이었다. 발표가 끝나자 임원들 사이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후 터져 나온 우렁찬 박수. 행사가 끝난 직후 이상철 부회장실에서 연락이 왔다. 그날 저녁, 문 과장은 ‘하늘 같은’ 이 부회장과 단둘이 저녁상을 받았다.

이 부회장이 말했다. “자네가 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맡길 테니 잘 해보게.” LG유플러스의 ‘와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문 과장은 일약 팀장으로 승진했다. LG그룹 전체로도 유례가 드문 일이었다.






◆아이디어 하나로 일약 팀장=와글은 ‘한국형 모바일 트위터’라 할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로 인기 높은 카카오톡과 자신의 콘텐트를 지인들과 동시다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트위터의 성격을 겸하고 있다. LG유플러스뿐 아니라 SK텔레콤·KT 가입자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문 과장이 TED에 아이디어를 들고나올 때까지만 해도 LG유플러스 내부에선 ‘SNS는 통신기업이 할 서비스가 아니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문자메시지 등 기존 매출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자체 수익 모델도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기존 서비스의 틀에 얽매여선 통신업계 만년 3위를 벗어나긴 힘든 일. 아래로부터 뭔가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제안이 나오길 고대해온 경영진에 문 팀장이 ‘작지만 센 한 방’을 날려준 것이다.

실제 지난 1월 말 파일럿 서비스를 시작한 와글은 한 달 새 2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LG유플러스에 발주한 스마트폰 교육정보 제공 서비스에도 한몫을 하게 됐다. 와글이 없었다면 트위터를 쓸 수밖에 없었을 일이었다. 이런 성과 뒤엔 입사 때부터 ‘괴짜’로 통한 문 팀장의 기발한 발상과 열정이 있었다.

◆‘공포의 외인구단’ 모아=사실 문 팀장은 그간 그리 잘나가는 직원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인연의 끈’ ‘하이퍼폰’ 등 독특한 서비스를 제안했지만 모두 개발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엎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늘 관심의 인물이었다. 동료인 김윤옥 차장은 “그가 특허 신청을 한 서비스가 15개나 된다. 언젠가 제 끼를 제대로 발휘해 한몫하리란 기대를 가진 이들이 적잖았다”고 전했다. 그는 차림새부터 튀었다. 사원 시절 내내 노랑머리에 헤어밴드·귀걸이를 고집했다. 목엔 항상 메모지와 펜을 걸고 다녔다. 남용 전 사장(현 LG전자 부회장)이 이름을 기억할 정도였다.

 이 부회장의 특명을 뒷배 삼아 문 팀장은 함께 일할 사람부터 찾았다. 그는 “팀을 벤처기업처럼 운영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정말 이 일을 원하는 이들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인사부의 반대를 뒤로 한 채 온라인 게시판에 직접 공지를 냈다. 이렇게 모인 직원 다섯, 외부에서 영입한 세 명과 함께 지난해 8월 비로소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조직의 지시가 아닌 자발적 의사로 모인 팀원들 또한 개성이 남다르다. 벤처기업 출신이 세 명, 미술 전공자도 있다. 사내에서 와글 팀을 ‘공포의 외인구단’이라 부르는 이유다.

 문 팀장은 “나 자신 대학원 시절 벤처기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이라며 “팀원 모두 대기업이 아닌 신생 벤처의 일원이란 생각으로 내 사업 하듯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특유의 꽉 짜인 업무처리 방식을 버리는 대신 수시 토론, 밤샘 회의로 속도와 창의력을 배가했다.

문 팀장은 “대기업은 흔히 창의적인 일을 하기 어려운 곳이라고들 하지만 조직과 개개인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혁신적 사고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대기업만의 장점도 많은 만큼 ‘사내 벤처’의 경험을 동료들과 나누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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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