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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정부에 쌈짓돈 대다 골병드는 공기업




최현철
경제부문 기자


지난달 27일부터 에너지 위기 경보가 ‘주의’로 한 단계 높아졌다. 지식경제부는 이에 맞춰 한층 강화된 대응조치도 내놓았다. 꼭 필요치 않은 조명을 강제로 끄고 공공기관의 자동차 5부제를 시행하는 내용이다. 규제와 금지 일색인 대응책이 뭔가 허전했던지 유인책(인센티브)도 포함시켰다. 캐시백(Cash Back) 도입이다.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 요금 납부액의 일정 부분을 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금도 있는 제도지만 환급액이 1만~2만원에 불과해 별 실효가 없다”며 “절감액의 몇 배를 돌려줘 실제적인 유인효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캐시백은 기업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구매액의 일정 비율을 적립했다가 현금으로 돌려주거나 다음 결제의 방법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당장 이윤은 줄어도 고객을 끌어들여 매출을 늘리는 전략이다. 하지만 지경부가 구상하는 에너지 캐시백은 정반대다. 실제 제도를 운영할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에너지를 덜 사용해 매출이 줄어들면 이에 대한 보답으로 현금을 또 주는 꼴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자 “공기업들인 만큼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정부 시책에 동참하고 희생할 필요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정부 방침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매출이 줄어들게 된 회사에 보상금까지 내라는 것은 지나친 발상이다. 게다가 한전·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는 모두 상장된 회사다. 주주들은 당장 “그렇게 돈을 퍼주면 주가가 하락할 게 뻔한데 우리가 봉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한전은 3년 연속 적자로 해외 발전소 건설 입찰에서 서류심사도 통과하지 못하는 망신을 당하고 있다. 자칫 원전 수출에도 차질을 빚을 판이다. 가스공사 역시 공공요금 동결로 원가연동제 도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쌓이는 적자 때문에 난감해하고 있다.

 정말 에너지 절약이 절실하다면 정부부터 나서야 한다. 에너지 낭비, 특히 전기 과사용을 부추기는 요금체계부터 바꿔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지수’가 무서워 손도 못 댄다. 그래 놓고 애꿎은 공기업 팔만 비틀고 있는 셈이다. 정부에 쌈짓돈 대주다 공기업이 골병든 사례는 부지기수다. 그렇게 생긴 부실은 결국 큰 폭의 요금 인상이나 재정 투입으로 메워야 한다. 그 돈 역시 국민의 돈이다.

최현철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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