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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선임기자의 경제 돋보기] ‘동반 성장’ 예산 58억이 아깝다




김종수
선임기자


동반(同伴)의 사전적 의미는 ‘함께 간다’ 또는 ‘동시에 일어난다’는 뜻이다. 전자의 예는 ‘누구를 동반해 모임에 참석한다’는 식으로, 후자는 ‘폭풍우를 동반한 태풍이 다가온다’라는 형태로 쓰인다. 이런 말 쓰임새로만 보면 ‘동반’이란 말이 반드시 좋은 의미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꼭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함께’ 또는 ‘동시에’라는 가치중립적 용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런데 요즘 동반이란 말이 ‘공정(公正)사회’란 배경을 깔고 등장하면서 흡사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지고지선(至高至善)의 가치인 것처럼 둔갑했다. 바로 ‘동반성장’이란 신조어가 그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공정사회를 강조한 후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문제가 불거졌고, 급기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이란 게 발표됐다. 그 이전까지 주로 쓰이던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相生)’이란 표현이 급작스럽게 ‘동반성장’으로 바뀌게 된 계기였다. 아마도 ‘함께 살아남는 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고 여긴 모양인지,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성장을 덧붙여 ‘동반성장’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함께하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더구나 그것이 자발적으로 뜻이 맞아 함께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한쪽의 강요나 제3자의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동반이란 수식어를 붙여 주변에서 흔하게 쓰이는 말인 ‘동반자살’은 결코 함께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함께해서도 안 되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동반퇴진’이나 ‘동반몰락’도 함께하기에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다 함께 성장하자’는 것을 두고 대놓고 못 하겠다고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성장이란 좋은 가치를 함께 나누자는데 누가 뭐랄 것인가. 그러나 막상 이 이상적인 말의 조합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중소기업 관계에 ‘동반성장’의 개념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따지고 들자면 우선 말뜻부터 헷갈린다. 함께 가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성장을 한 결과물을 함께 나누자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만일 함께해도 성장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 잘해야 덕담이나 권유에 그쳤으면 좋았을 ‘동반성장’이란 좋은 취지의 말이 정부의 정책으로 탈바꿈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 학계가 참여하는 이른바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어 동반성장지수란 것을 산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의 주문이니 뭔가 하기는 해야겠고, 막상 하자니 막막한 판에 손쉽게 내놓을 만한 가시적인 대책으로 짜낸 것이 바로 대기업에 점수를 매기자는 아이디어였다. 이렇게 해서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것이 ‘동반성장지수 프로그램 추진계획’이다. 5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협력업체에 대한 동반성장 이행실적과 협력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도를 합산해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다. 배가 산으로 가도 너무 올라갔다.

 정히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을 개선하겠다면 엄연히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 세금을 쓰는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에 따라 정책을 펴면 그만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정부도 아니고 순수한 민간단체도 아닌 불분명한 조직을 앞장세워 점수 매기는 일을 하겠다니 이런 난센스가 없다. 국민 세금 32억원과 전경련 출연금 20억원, 중소기업 부담금 2억원 등을 합쳐 올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쓰겠다는 예산 58억원이 아깝다. 공허한 개념을 좇아 점수 매기는 데 헛돈을 쓰느니 그 돈을 한 푼이 아쉬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자금에 보태는 것이 동반성장의 뜻에 더 어울린다.

김종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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