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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제자리 찾나




현장 스님(왼쪽)이 생전의 법정 스님과 자리를 함께했다. 현장 스님은 법정 스님의 속가(俗家) 조카이자 절집에서도 조카 관계다. [중앙포토]

법정(法頂) 스님의 유지를 좇아 운영되고 있는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의 이사진이 2일 전원 사퇴했다. 신임 이사장에는 전남 보성 대원사의 주지 현장(玄藏) 스님이 선임됐다.

‘맑고향기롭게’는 덕현(德賢) 스님의 갑작스러운 이사장직 사퇴로 인해 최근 논란이 분분했다. 덕현 스님은 길상사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맑고향기롭게’를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이끌어 가려 했지만 회의 한 번 할 때마다 봉변당하는 기분이었다. 나와 선의를 가진 불자들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거의 없다. 이 무상의 흐름 속에서 그들 스스로의 자각을 이룰 것이다”고 밝혀 이사진과 갈등이 있었음을 강하게 피력했다.

 갈등의 원인에 대해 길상사 주위에선 “덕현 스님의 수행자적인 면모는 좋았다. 그러나 이사진과 대화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미숙했으며, 법인 운영 방식이 독선적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덕현 스님이 큰 절에서 대중생활을 하지 않고, 선방과 토굴(개인 수행처)만 오간 탓에 사람들을 아우르는 포용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또 연배가 있는 일부 이사는 ‘젊은 이사장(덕현 스님)’을 인정하지 않으며 면전에서 삿대질까지 했고, 회의 중에 종종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이 와중에 맑고향기롭게 일부 회원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덕현 스님과 갈등을 빚은 일부 이사를 비판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파문이 커지자 ‘맑고향기롭게’ 이사진은 이날 긴급이사회를 열어 이사 전원과 감사·사무국장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뒤 법정 스님의 속가(俗家) 조카이자, 절집 조카이기도 한 현장 스님을 신임 이사장에 선출했다. 현장 스님은 법정 스님이 불일암을 짓기 시작할 때 송광사에서 출가해 불일암 낙성식(1975년 9월 2일) 때 수계했다. 그만큼 법정 스님과 생전에 인연도 깊었고 신임도 두터웠다. 조계종 관계자는 “평판이 좋은 현장 스님이 이사장직을 맡은 만큼 맑고향기롭게가 이런저런 논란을 잠재우고 곧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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