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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얘기 누가 관심이나 갖겠나, 오기로 썼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한국·일본 배우가 함께 무대에 선다. 연출가 정의신씨는 인터뷰에서 “엄마역을 한 고수희씨는 걸어다니는 연극기계, 나의 마돈나다”라며 극찬했다. [강정현 기자]


이 연극, 잔인하다.

‘야끼니꾸 드래곤’(용길이네 곱창집). 한·일 합작 연극이다. 2008년 일본 신국립극장과 한국 예술의전당을 오가며 공연됐다. 폭발적이었다. 대부분 관객의 눈은 벌개졌고, “꺽꺽∼” 소리를 내며 우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당시 유인촌 문화부장관은 “(연극배우인 나를) 다시 무대에 서고 싶게 만든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전회 매진 기록을 이룩한 것이나, 그해 일본과 한국의 주요 연극상을 휩쓴 것 등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엄마역의 고수희

 울림이 컸던 건 재일교포의 처절한 삶을 정면으로 다뤘기 때문이었다. 대본과 연출을 한 이는 재일교포 2.5세 정의신(54)씨. 자신이 평생 짊어져 온 응어리를 토해내 듯, 정씨는 조금의 포장도 없이 재일교포의 삶을 적나라하게 까발겼고, 그 섬뜩할만한 진솔함에 관객은 먹먹해했다. 3년 만에 ‘야끼니꾸 드래곤’을 재공연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정씨를 1일 만났다.

-어떻게 이 작품을 쓰게 됐나.

 “솔직히 오기가 컸다. 극장 쪽에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어차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재일교포 아니야. 어떻게 쓰든, 뭘 쓰든 누가 관심이나 갖겠어?’하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썼다. 뜨거운 반응, 너무 의외였다.”

-1960년대말 간사이 지방에서 곱창집을 하는 재일교포 가족의 이야기다. 자전적 스토리인가.

 “나보다 아버지 얘기다. 작품에서처럼 아버지는 국유지에서 살다 쫓겨났다. ‘일하다 일하다 보니 이 나이가 됐다’란 작품 속 대사 역시 아버지가 자주 하는 말이다. 꼭 아버지가 직접 했던 말은 아니라도 ‘우리 가족이 지켜주지 않으면 누가 지켜줘? 학교가? 경찰이? 아무도 못 믿어!’ ‘재일교포는 모순 덩어리야. 차별과 편견을 받으며 일본을 미워하고 한국을 그리워하면서도 이곳을 떠나지 못 해’ 등의 대사는 내가 어릴때 자주 들었던 말이다.”

-작품엔 코믹한 대목도 꽤 많다.

 “스물두살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쪽 형제는 여자만 넷이다. 부랴부랴 영안실로 달려갔는데, 여자 네분이 소복을 입고 지팡이를 들고 쪼르륵 서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훗-’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다. 영구차가 나갈때 네분이 함께 곡을 하는데 택시 기사도 웃음을 참느라 어쩔 줄 몰라 했다. 당사자에게 그토록 절실한 슬픔도 조금만 떨어져 보면 오히려 유머스러운 게, 그렇게 오묘하고 부조리한 게 삶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을 통해 당신의 아픔, 상처 이런 게 치유됐나.

 “작품중 이런 대목이 있다. 일본에서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한 테츠오가 ‘북한으로 갈 거야’라고 외친다. 이때 한국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마 ‘북한? 쟤 바보 아니야’란 심정이었을 것같다. 반면 일본에선 그때 숙연해 진다. 재일교포의 신산한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봐 왔기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 할까’란 공감이 있었을 것같다. 작품 하나로 어떻게 한(恨)이 치유될 수 있는가. 세상에 대한 분노? 전혀 없다면 그게 오히려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재일교포 이야기에 매달리는가.

 “이제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도 대부분 4,5세다. 조만간 ‘재일교포’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난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남기고 싶다. 꼭 재일교포가 아니라도 좋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역사라는 숙명 앞에 내동댕이쳐진 이들을 조명하고 기억하고 알리고 싶다. 그게 또한 세상과 맞닥뜨리며 살고 있는 작가의 의무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9∼20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3만∼5만원.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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