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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광기의 연설’ 75분





2인자 알우바이디 “시민혁명에 합류 … 카다피, 자살하거나 살해될 것”



미친 폭도 ‘쥐’를 잡아라 … 리비아는 내 나라다 … 조상의 땅에서 순교자로 죽을 것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 지도자가 22일(현지시간) 국영TV로 방영된 연설에서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우겠다”며 퇴진 거부 의사를 밝혔다. 75분간의 연설에서 카다피는 주먹을 휘두르며 삿대질을 하거나(왼쪽 사진), 1975년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아 출판된 혁명 지침서인 ‘그린북’을 읽고(가운데 사진),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고(오른쪽 사진) 연단을 내리치기도 했다. 연설 장소로 1986년 미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트리폴리의 관저를 택한 카다피는 “시위대는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고 주장했다. [트리폴리 AP=연합뉴스]





“물러날 것도 없다”는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리비아 최고지도자의 22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은 그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줬다. <관계기사 4, 5, 16면>









알우바이디



69세인 그는 독설, 고함이 섞인 장광설을 75분 동안 쉬지 않고 늘어놓았다. 이 연설은 국영TV를 통해 리비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중계됐다. 카다피는 갈색 전통의상에 터번을 쓰고 목도리를 한 채 화난 듯한 표정으로 등장했다. 그러곤 수시로 주먹을 휘두르며 삿대질을 했으며, 간간이 연단을 내리쳤다.



 특히 연설 장소로 1986년 미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관저를 택했다. 당시 미국은 독일 베를린의 미군 전용 디스코텍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이를 리비아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같은 해 4월 리비아의 수도인 트리폴리, 그리고 벵가지를 공습했다. 이 공습으로 카다피의 생후 15개월 된 수양딸이 숨지기도 했다. 이후 카다피는 이 관저를 미국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수리하지 않은 채 보존하고 있다.



 카다피의 연설에 대해 뉴욕 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광대 같은(clownish) 그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막판에 몰린 독재자의 마지막 몸부림이자 최후통첩”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다음은 그의 연설 요지. 



 “무아마르 카다피는 영원한 혁명의 지도자다. (주먹을 휘두르며)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우겠다. 이곳은 내 조국이며 나는 내 조상의 땅에서 순교자로 죽을 것이다. 리비아는 내 나라다. 나는 공식적인 자리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물러날 것도 없다. 이번 사태에서 사망한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아니라 경찰과 군인들이다. 소수의 그룹이 젊은이들을 현혹하고 있다. (단호한 표정으로) 현재 무기를 들고 일부 도시를 점령하고 있는 시위대는 리비아 법에 의해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시위대는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그리고 일상 생활로 돌아가라. (큰 목소리로) 미친 폭도들이 리비아를 분리시킬 수 없다. 아무도 리비아를 분열시킬 수 없다.









리비아 동북부 토브룩시의 한 광장에서 22일(현지시간) 시위대와 군인들이 함께 무아마르 카다피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현재 토브룩을 비롯한 리비아 동부 지역은 반정부 시위대와 카다피에게 등을 돌린 군인들에 의해 대부분 장악됐다. [토브룩 로이터=뉴시스]






나와 우리 가족이 미군에 폭격당해 내 딸이 죽었을 때 너희들(시위대)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이 겁쟁이들아.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일어나 쥐(※반정부 시위대를 의미)를 잡아야 한다. 소련 붕괴 때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탱크가 의회를 포격했다. 천안문 사태 때 중국 베이징에서는 학생들이 코카콜라 광고판 옆에서 시위를 벌였고 탱크가 이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서방국가들은 이에 개입하지 않았다. 리비아에도 개입해선 안 된다. 지금은 승리를 위해 행진할 때다. 후퇴는 없다. 전진! 전진! 전진하자! (주먹으로 연단을 내려치면서) 혁명! 혁명! 혁명!” 



 카다피의 괴팍한 성격과 기행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유명하다. 2009년 유엔 연설에서 그는 주어진 시간 15분을 훨씬 넘겨 1시간 반 이상 연설을 했다. 연설 내용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영구집권을 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말로 시작해 유엔 헌장을 찢어 던지고 서방국가들이 식민지 보상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뉴욕 시내에 숙소로 천막을 설치하려다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유목민인 베두인 출신의 전통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아마조니안 가드’라고 불리는 그의 경호팀은 약 40명의 젊은 미혼 여성으로 구성돼 그를 밀착경호하고 있다. 선발도 카다피가 직접 한다. 1986년 4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국제 테러를 후원하고 배후 조종한 카다피를 “중동의 미친 개(the mad dog of the Middle East)”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편 리비아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새벽 카다피 국가원수의 퇴진 거부 연설을 전후해 리비아에선 밤새 전투기와 헬기를 동원한 무차별 폭격이 가해졌다. 리비아 내무부는 이날까지 시위사태 사망자가 민간인 189명, 군인 111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트리폴리 시내는 시신들로 뒤덮여 있으며 현재까지 총 1000여 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강경 진압이 계속되자 리비아 고위 관리와 군들은 ‘반(反)카다피’ 진영에 가세하고 있다. 21일과 22일 무스타파 압둘 잘릴 법무장관과 압둘 파타 유니스 알우바이디 내무장관이 각각 사임한 데 이어 해외 주재 외교관들도 사임 행렬에 나섰다. 카다피의 오른팔로서 2인자로 알려진 알우바이디는 카다피와 49년간 절친하게 지내온 사이다. 1969년 쿠데타에 성공한 뒤 최측근으로 카다피를 보좌했다. 알우바이디는 “카다피에게 전투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애원했지만 거절당했다”며 “ 나는 혁명에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카다피는 완고한 사람이어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자살하거나 살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거부하는 조종사들도 늘고 있다. 벵가지 시위대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은 수호이-22기 조종사 2명이 23일 명령에 불복하고 비상 탈출해 전투기를 추락시켰다고 현지 신문 쿠리나가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2일 리비아 정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 는 언론 발표문을 내놓았다. 아랍연맹은 이날 리비아가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에 응할 때까지 회의 참석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사태가 악화되자 각국 정부는 자국민 철수에 나서고 있다. 중국·미국·프랑스 등은 23일 전세기와 함정을 동원해 자국민 수송에 나섰다.



최익재·이승호 기자



◆그린북(Green book)= 카다피가 1975년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아 쓴 책. 기존의 정당민주주의를 파산한 제도라 비판하고 민중이 중심이 된 일종의 직접민주주의를 주장했다. 리비아에선 국가이념이 담긴 공식 지침서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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