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뜬금없는 수쿠크법 공청회







박태욱
대기자




여당 원내대표 연설을 시작으로 2월 임시국회가 막을 열었다. 각 당이 서로 민생국회를 내세우고 있지만 주요 현안마다 시각이 크게 달라 순탄한 진행을 기대키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두 달여 뒤 재·보선을 앞두고 열리는 터라 법안 자체보다도 그 법안이 갖는 정치적 함의와 이해득실에 더 민감해 하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감지되는 게 문제다. 이번 임시국회에 올려질 여러 경제 관련 법안 중 하나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이른바 이슬람채권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슬람채권(수쿠크)법과 관련, 여야는 지난 18일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간사회의에서 다음달 4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비공개 공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초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참석자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된 것을 생각하면 3월 공청회는 한마디로 뜬금없는 일이다.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공청회가 추가로 필요한 경우도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법 개정안의 경우 법안이 추구하는 경제적 관점에서 뭘 더 따져 묻겠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고, 공청회가 끝나면 흔쾌히 다수의 결론에 따를 것인지는 더욱 불명확하다.



 임시국회를 앞두고 연합뉴스가 여야 원내대표와 가진 인터뷰에서 여야 대표는 이와 관련, ‘시급성을 논하는 사안이 아니므로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김무성 한나라당), ‘청와대와 정부가 먼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민주당 내에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나도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박지원 민주당)고 밝혔다. 내놓은 지 1 년 반이 지났고, 충분하고도 넘치는 논의기간을 갖고 국회 관련 소위가 통과시킨 법안을 놓고 하는 얘기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맥 풀리는 소리다. 이제 와 시급성 운운하는 여당이나, 법안을 낸 정부에 먼저 입장을 밝히라는 야당이나 거기서 거기다. 표현방법은 다르지만 속 뜻은 매한가지다.



 그동안 법안 통과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상황 변화나, 간과했던 반대 논거가 나온 것도 아니다. 이미 보도(본지 2월 21일자 4, 5면)된 대로 법안 찬성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 운운 등 일부 기독교단의 반발이 더욱 거세진 게 변화라면 변화다.



 하지만 본질은 변한 게 없다. 가장 큰 목적인, 보다 다양하고 안정적인 외자 루트를 개발할 필요성 자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소리는 없다. 다음 문제는 일부 기독교단에서 제기하듯 수쿠크에 특혜를 줬느냐는 것이다.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율법에 따라 수쿠크가 지급하는 수익금을 다른 외화표시 채권의 이자로 간주해 면세조치를 취하는 것을 특혜라 주장하는 건 온당치 않다. 외국인의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 부활 조치에 어긋난다는 것도, 과세가 원화표시 채권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맞지 않는 주장이다. 또 외화가 넘치는 상황에서 제도 신설 필요가 없다는 건 어려울 적 생각은 벌써 잊어버린 단순한 사고이며, 어떤 이유로 갑자기 빠져나갈 때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주장은 실물투자가 수반되는 수쿠크가 외려 안정적이란 점에서 논거가 희박하다. 경제적 이유로 이를 반대할 근거는 사실상 없고, 정히 미심쩍으면 다시 확인해 쉽게 따져볼 수 있는 것들이다.



 결국 반대론의 핵심엔 ‘수쿠크 운영규정상 자선단체에 의무 기부토록 한 수익금의 2.5%(자카트)가 테러단체에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한발 더 나가 ‘이슬람국가는 오일머니를 무기로 전 세계를 이슬람화하겠다는 정책을 갖고 있다’는 일종의 음모론적 색채가 짙은 논거만 남는 셈이다. 자카트가 수쿠크에만 붙는 특별한 의무가 아니라 우리가 석유를 수입할 때도 대금의 일부가 기부 형태로 나가게 되어 있는 것처럼 이슬람권의 경제행위 모두에 따라붙는다는 것, 따라서 자카트 자체를 문제삼는다면 다른 거래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외면하고 있다.



 이런 발상을 나로선 수긍은커녕 이해할 수도 없지만, 그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 걸 어쩌겠는가. 특정 집단이 신념을 앞세워 제 주장을 펴는 건 종교·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를 다루는 정치인들이다. 중심을 분명히 잡고 사안을 이성과 논리로 풀어가는 모습, 그 걸 좀 보여달란 것이다.



박태욱 대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