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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를 우습게 만든 장진, 관객은 숨 넘어간다





연극 ‘로미오 지구 착륙기’ 연출
서울 달동네에 UFO가 떨어지고
MB 암시한 각하는 좌충우돌하고
“대통령 소재 농에 즐거운 대중
독재시절보다 편한 시대잖아요”



장진 연출가는 연극 ‘로미오 지구 착륙기’로 한국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을 건드렸다. “상업영화에선 자제했던 사회 비판을 SF연극에서 마음껏 풀어냈다”고 했다. [연합뉴스]





정장을 말끔하게 입은 중년 남성이 무대 중앙에 선다. 경상도 말투에 고압적 태도다. 사람들은 그를 “각하”라고 부른다. 이 남성의 대사는 이렇다. “내가 노가다 출신이잖아. 건설하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다 그냥 묻어” 이런 말도 한다. “백악관이랑 통화했는데, 내가 그랬지. 일단 FTA부터 조속히 좀 끝내고 얘기 합시다.” 객석은 웃음보가 뻥뻥 터진다. 권력의 해체다.



 이 인물이 누구를 상징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짐작할 터. 연극을 연출한 이는,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한 장진(40)씨다. 연극 무대에서 현 정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작품은 더러 있었지만, 주류에 속한 연출가가 현재의 최고 권력자를 이토록 노골적으로 풍자하는 건 이례적이다. “장진이 MB를 조롱했다”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연극 제목은 ‘로미오 지구 착륙기’. 서울 남산예술센터(구 드라마센터)에서 닷새만 공연하고 20일 막을 내렸다. 장진 연출가 9년 만의 신작이며, 그가 몸 담았던 서울예대 연극동아리 ‘만남의 시도’ 창립 30주년 기념 연극이다. 출연진만 50명이 넘는데, 상당수가 서울예대 재학생이다. 가격은 단돈 9000원. 장씨는 “실험정신이 살아있는 대학극을 부활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연극은 UFO(미확인 비행물체)가 서울 달동네에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다. 재개발로 한몫 챙기려던 지역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교회 목사는 “신도 다 떨어져 나가게 생겼다”라며 안절부절 못한다. 정작 화색이 도는 곳은 정치권. 외계인이라는 뜻밖의 호재를 어떻게 이슈화시킬지에만 골몰한다. 장진 특유의 블랙코미디식 유머가 대통령 역 등장인물을 통해 연이어 터져 나온다.



 “비행접시가 떨어진 걸 국가 브랜드로 승화시킬 계획들이 좀 나와야 하는데. 아예 여기를 우주 특구 단지로 지정해서 우주산업, 우주관광지역 선포…. 기왕에 온 거 앞으로 지구로 오는 모든 비행 접시 다 그냥 이쪽으로 오게 하는 거야, 죽이지?”



 “저번 용산은, 국민들이 그런 거 싫어하잖아. 쏘고 쳐들어가고 그러면 안 되거든. 근데 이번엔 전 국민이 축제 분위기잖아. UFO가 우리나라에 떨어졌다, 그 많은 선진국을 내버려두고 대한민국에 떨어진거거든.”



 장진 연출가는 “불특정 다수가 보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특정 공간의 관객만을 상대하기 때문에 풍자의 강도가 세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 정권과 대통령을 비난하려 했던 건 아니다. 대중들이 대통령을 소재로 농을 걸면 즐거워한다. 군사독재 시절보다 대통령이 우리에게 조금 편해진 건 사실 아닌가. MB 지지자들 마저 이 연극을 보고 유쾌해 했다. 우리가 이제 ‘권력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와졌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라고 답했다.



 연극에서 대통령은 “외계인이 나오면 껴 안어? 악수만 해? ”라고 고민한다. 외계인과 함께 UFO를 타고 대통령이 지구를 떠나는 것으로 공연은 마무리된다.



 “각하를 안드로메다로 보내 통쾌했다” “5공 때면 장진 잡혀가지 않았을까 걱정된다’는 식의 관람평이 적지 않았다. 연극은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해 올 연말쯤 다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영화화도 검토 중이다.



최민우 기자



극중 대통령의 말말말



▶ 원래 내가 노가다 출신이잖아, 건설하는 사람들 웬만하면 다 그냥 묻어.



▶ 오전에 백악관하고 통화를 했거든. 근데 오 대통령도 말야, 비행접시를 나사(NASA)로 좀 옮길 수 없겠냐…. 내가 그랬지, 일단 FTA부터 조속히 좀 끝내고 얘기합시다.



▶ 나 1년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니?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장진
(張鎭)
[現] 영화감독 197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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