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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굴리는 농협에서 쌀·배추 파는 농협으로’ 큰틀 합의





50년 만의 개혁, 농협 어떻게 바뀌나





농협중앙회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조합원에 대한 교육·지원 사업 ▶농산물 가공·유통·판매 등의‘경제사업’ ▶금융 서비스를 담당하는 ‘신용사업’이다. 지금은 섞여 있는 이 세 축을 분리시키자는 것이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한 기관이 세 사업을 모두 맡다 보니 돈 되는 신용사업에만 투자·인력이 집중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세 사업의 성격이 너무 달라 시너지를 내기도 힘들다. 그래서 교육·지원 사업과 일부 경제사업을 농협중앙회가 맡고, 농업 관련 자회사를 운영하는 경제 지주와 금융 사업을 맡는 금융 지주를 세우자는 것이 농협법 개정안의 골자다. 이른바 ‘1 중앙회 2 지주회사’ 체제다.



이 중 정부·국회가 가장 걱정하는 게 경제사업 분야다. 농민들의 수익을 도와주고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유통시키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다. 동시에 그동안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에 집중하느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된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1, 2년 새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유통하는 기능에 대한 지적이 많이 제기됐다. 배추 파동, 쌀 파동 같이 농산물 값이 불안해질 때마다 “농협의 농산물 유통 역할 부족”이라는 말이 나왔다. 농협이 계약 재배하는 농산물은 국내 생산량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농협에 미리 안정적인 가격을 약속하고 재배에 들어가는 농산물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문제가 됐던 배추 파동 때 이 문제는 더욱 부각됐다. 생활 필수 채소로 불리는 배추와 무에 대해 농협이 계약 재배하는 물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6%에 그쳤다.



 농식품위 관계자는 “기존엔 금융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 경제사업의 적자를 메워주는 식으로 경제사업이 명맥을 유지했는데 경제 지주가 독립하면 얼마나 자생력을 갖출지, 또 얼마나 농산물 판매·유통·가공에 적극성을 갖고 임할지 걱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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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법 개정안을 다시 손본 것도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다. 농협중앙회의 책무에 경제 사업을 집어넣고, 판매·유통 조직 신설을 의무화함으로써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런 경제사업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를 외부인들이 감시하는 장치도 새로 만들었다. 외부인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농업·축산업 관련 경제 사업을 총괄하는 농업경제 대표이사와 축산경제대표이사의 경제활동 실적을 평가해 실적이 모자란 대표는 해임을 건의할 수 있게끔 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법안엔 농협이 농산물 판매·유통 사업 등을 할 수 있다고 열거만 해놓은 반면 이번 개정안은 판매·유통을 의무화하고 이를 감시하는 장치까지 만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농식품부와 국회 농식품위가 ‘농산물 파는 농협’이라는 큰 틀에 합의함에 따라 농협법 개정안과 관련한 쟁점은 대폭 축소됐다. 남은 쟁점은 조세 특례와 부족 자본금 지원 문제와 관련된 부칙 수정이다. 부족 자본금 지원과 관련해선 정부와 국회가 큰 틀에 합의하되 일부 법안 문구와 관련된 이견이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세 특례는 일부 야당 국회의원과 정부의 입장이 다르다. 야당 일각이 “농협 개혁 후 발생하는 법인세·소득세 등을 영구적으로 면제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비해 정부는 “분리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은 면제해 주되 영구적 세금 면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최인기 위원장 등 야당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법안 수정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국회의 적극성을 보면 나머지 쟁점에 대한 입장을 좁혀 이번 임시국회 중 법안 통과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의 농협법 개정안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경제 지주회사 출범 시기는 2012년 3월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지주회사 출범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며 “개혁법안 통과가 시간을 끌다 보니 조직 내에 피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농협 개혁 논의는 이 정부 들어 시작됐다. 2008년 12월부터 서울 가락시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농협 문제를 공개적으로 질타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2009년 12월 농협법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이후 다섯 차례의 법안 소위를 거치면서도 쟁점이 좁혀지지 않았었다.



임미진 기자



17년째 지지부진한 농협 개혁



▶ 1994년 농어업·농어촌발전대책에서 농협중앙회 신용·경제 분리를 농협 개혁 핵심 사항으로 제시



▶ 2003년 농협중앙회 내 농협개혁위원회, 신·경 분리 필요성 인정



▶ 2004년 농협법 개정하며 농협 스스로 신·경 분리 세부 추진계획 수립하고 정부가 확정하도록 부칙에 규정



▶ 2007년 신·경분리위원회 구성, 경제사업 활성화 포함한 정부안 확정·발표



▶ 2008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서울 가락시장 방문해 “농협 개혁 필요” 발언



▶ 2009년 3월 농협개혁위원회, 신·경 분리 추진방안 건의



▶ 2009년 10월 농협중앙회, 신·경 분리 자체안 제출



▶ 2009년 12월 정부, 농협법 개정안 마련해 국회 제출



▶ 2010년 2월 국회 농식품위 상정



▶ 2010년 12월까지 법률안심사소위원회 다섯 차례 개최



▶ 2011년 3월 3일 여섯 번째 법안심사소위 개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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