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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짝퉁이던 중국 리닝의 마케팅 전략 배워야”


▲서울 목동 비바스포츠 사옥에서 한국 스포츠산업의 현황을 설명한 권오성 대표는 “스포츠용품 시장의 미래는 밝다”고 자신했다. 조용철 기자

“스포츠용품 산업은 사람들에게 꿈ㆍ건강ㆍ즐거움을 주는 도구를 만드는 산업입니다.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죠. 이제 우리나라도 나이키ㆍ아디다스ㆍ푸마 같은 세계적인 빅 브랜드가 나와야 할 때입니다.”

권오성(49) 대한스포츠용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바라보는 한국 스포츠용품 산업의 미래는 밝다. 스포츠용품 제조ㆍ유통업체인 비바스포츠 대표이기도 한 그는 지난 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스포츠산업연맹(WFSGI) 총회에서 아시아지역 집행이사로 재선됐다. WFSGI는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이 개최하는 대회 용품의 규격을 결정하고, 각종 이벤트에 공동 참여한다.

WFSGI의 아시아 몫 집행이사는 6명이다. 일본ㆍ중국이 2명씩, 인도가 1명이다. 미즈노ㆍ아식스 등 거대 기업이 참여한 일본, 13억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이 끊임없이 한국을 견제하며 밀어내려고 한다. 권 대표는 “한국이 인구는 적지만 스포츠용품 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 한국만큼 월드컵ㆍ올림픽에서 성적을 내고 온 국민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는 논리를 펴 집행이사 자리를 지켜냈다. WFSGI에서 밀려날 경우 한국은 스포츠 산업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현장을 놓치고, 전 세계 7000개 점포를 갖고 있는 유통업체 ‘인터 스포츠’ 매장에 한국 제품을 넣기 어려워진다.

“한국적 스토리 녹여내야 세계시장 진출”
권 대표는 국내 스포츠용품 산업의 역사를 지켜봐 온 터줏대감이다. 1989년 배드민턴 셔틀콕 제조로 시작해 축구ㆍ야구ㆍ농구ㆍ사이클 등 각종 경기용품을 생산하는 국내 굴지의 스포츠 기업을 일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스포츠용품 산업의 단맛과 쓴맛을 고루 경험했다.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우리나라의 스포츠용품 시장은 열악하다. 용품 제조업체의 70%가 종업원 5명 이하의 영세사업자다.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브랜드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 대표는 “70년대 경제개발이 주로 중화학공업 위주로 이뤄졌고, 노동집약형 경공업인 스포츠산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그 틈을 글로벌 브랜드들이 치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88 서울 올림픽, 2002 한ㆍ일 월드컵 등 국내에서 열린 메가 스포츠 이벤트 때 국내 브랜드를 키우지 못한 것도 안타까운 기억이다. 미즈노ㆍ아식스(일본)는 64년 도쿄 올림픽, 아디다스ㆍ푸마(독일)는 72년 뮌헨 올림픽을 계기로 급성장했다. 나이키(미국)의 성장 배경에도 84년 LA 올림픽이 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업은 ‘리닝(Li Ning)’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중국의 전설적인 체조선수 출신 리닝(李寧·이녕)이 일으킨 이 브랜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급성장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리닝 올림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리닝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올림픽 개막식에서 피아노줄을 타고 날아와 성화를 점화했다. 중국이 초강세인 다이빙ㆍ탁구의 중국 대표선수들뿐만 아니라 국영 스포츠채널인 CC-TV 5의 중계 스태프도 모두 리닝 제품을 입었다. 나이키와 비슷한 로고 모양으로 ‘짝퉁 나이키’ 이미지였던 리닝은 현재 중국에 7000개 점포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나이키 본사가 있는 미국 포틀랜드에 기술연구센터를 열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권 대표는 “이 추세라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리닝으로 덮여버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도 나이키ㆍ아디다스 같은 빅 브랜드가 나올 수 있을까. 권 대표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좁은 내수시장을 놓고 우리끼리 이전투구를 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개발은 국내, 생산은 제3국, 판매는 전 세계’라는 틀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 우리는 뛰어난 인적자원과 디자인ㆍ기술개발 능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우리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녹여 마케팅을 강화하면 된다.”
권 대표는 결국 대기업의 자본과 고급 인력이 뛰어들어야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80년대 삼성물산에서 ‘라피도(Rapido)’라는 브랜드로 스포츠웨어를 생산했다. 시장이 워낙 작으니까 철수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헬스케어와 스포츠산업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의 반발이다. “대기업이 영세업체들을 다 죽이려 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권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여건에서 쌓아온 기술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등의 상생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어떤 쪽을 집중 공략해야 할까. 권 대표는 “실버ㆍ장애인ㆍ아동이 3대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실버 제품의 경우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미니볼링, 어르신들이 손쉽게 탈 수 있는 세발자전거 등이 떠오르고 있다. 장애인은 패럴림픽 종목을 중심으로 장애인 전용 경기용품을 개발해 수출 길을 뚫어야 한다. 보치아(물렁한 공을 굴려 점수를 겨루는 경기) 볼의 경우 리스포츠(대표 이덕수) 제품이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지만 ‘1인 업체’라 생산에 한계가 있다. 아동용품은 나이대에 따라 사이즈를 다양하게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면 된다. 지금 축구공은 아이들이 차고 놀기에는 너무 크다.

“스포츠산업 대세는 그린스포츠”
권 대표는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는 신발도 우리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충분히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걸을 때 뒷굽이 내려가는 신발은 종아리 근육을 당겨주고 척추를 곧게 해 주는 기능이 있다. 우리가 차별화된 기술을 선점하고 중국·인도 등 거대 시장에 그들의 정서에 맞는 제품과 마케팅으로 도전한다면 나이키·아디다스와 충분히 싸움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FSGI 총회에서는 스포츠 산업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권 대표는 “이번 총회의 화두는 ‘그린스포츠’였다”고 전했다. 스포츠용품의 제조ㆍ유통 과정에서 환경 친화를 실천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재생 가능한 소재를 쓰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그린스포츠인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세계 최대 자전거 메이커인 시마노(일본)가 회원 단체로 들어왔다.

또 하나는 관세차별 철폐, 덤핑수출 방지 등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파키스탄 등지에서 어린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만드는 축구공이 문제가 됐다. 권 대표는 “저임금으로 미성년자를 고용해 만드는 용품은 유통 자체가 되지 않도록 국제노동기구(ILO)와 힘을 합쳐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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