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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스스로 안 만들면 뱅크런은 없다 … 금융위 “옥석 가리기 진행 중”




18일 부산2저축은행 해운대지점 앞에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금융위원회는 예금 인출 사태가 빚어지자 19일 부산2저축은행을 비롯한 4개 저축은행에 대해 추가로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부산=송봉근 기자]


휴일인 20일에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분주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직접 맡고 있거나 지원 역할을 하는 임직원이 대부분 출근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외부에서 전화로 수시 보고를 받았다.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소집해 영업정지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부산지역 예금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권 부위원장은 “저축은행이 문을 여는 월요일이 관건”이라며 “예금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라”고 했다.

 하지만 마냥 불안한 기색은 아니었다. 권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아니라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예금자가 불안해 할 수 있는 10개사를 공개해 시장 전체를 살린다’는 전략에 고객과 시장이 제대로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거도 제시했다. 부산·대전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된 지난 17일 이후 이틀간 105개 저축은행에선 모두 4600억원이 인출됐다. 이 가운데 4200억원이 부산2·중앙부산·전주 등 부산 계열 3개사에서 빠져나간 돈이었다. 나머지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이라고 공개된 곳에 집중됐다. BIS비율이 5%를 넘어 우량으로 분류된 94개사에선 오히려 예금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는 “고객이 스스로 예금인출 사태를 자초하지 않는 한 더 이상 영업 정지될 곳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긴급회의의 주제가 부산지역 예금자 지원이었던 것도 지금 상황이 시스템 리스크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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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리금 5000만원까지 보호하는 예금자보호제도도 강력한 안전판이다. 거래하던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가 되면 당장 돈을 찾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돈을 날리는 건 아니다. 명의를 나눠 넣으면 몇 억원이 되더라도 걱정이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과 똑같은 금액을 보장해주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선 불안감과 인출사태를 잠재우는 효자 노릇을 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을 서민금융회사로 거듭나게 하려면 한도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구조조정이 끝난 뒤에나 생각해볼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국이 마냥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항상 합리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엉뚱하게 유탄을 맞은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에 있는 우리저축은행은 지난 17일 BIS비율이 5% 미만인 것으로 발표됐다.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인수해 적기 시정조치가 유예돼 걱정할 필요 없다’는 단서가 있었지만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 발표가 나자마자 고객들이 몰렸고 첫날에만 100억원이 빠져나갔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직원들을 급파해 직접 고객을 설득하고 나서야 인출 사태를 잠재울 수 있었다. 김석동 위원장도 21일 직접 부산에 가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증자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던 보해저축은행이 인출 사태로 영업 정지를 신청한 것도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다. 저축은행이 문을 여는 월요일에 금융당국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금융위 관계자는 “토요일 아침 추가 영업 정지를 결정한 것은 저축은행 예금주들이 충분히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며 멀쩡한 금융사까지 고객 불안감이 확산돼 흔들리는 ‘시장의 자기실현적 속성’을 경계했다.

 인출 사태를 무사히 넘겨도 장애물은 남아 있다. 저축은행들의 실적이다. 일부 저축은행 부실화는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정부가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2008년 이후 5조4000억원어치를 떠안아준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회복으로 매각이나 사업 재개나 이뤄지지 않으면 이르면 연말부터 이 채권이 저축은행으로 되돌아온다. 잠재부실이 확정부실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괜찮다는 94개 저축은행이 하반기 경영 악화로 추가 영업정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이 “이들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면서도 “적어도 상반기에는”이란 단서를 빠뜨리지 않는 이유다. 현재로선 이들의 경영 상황이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5개 계열사를 제외한 100개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말 현재 1169억원의 손실을 내 1년 전보다 손실폭을 2000억원 이상 줄였다. BIS 비율은 9.11%에서 9.71%로 높아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PF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서도 손실이 줄었고 BIS 비율이 높아진 건 확실한 경영 개선 징후”라고 설명했다.

글=나현철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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