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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화폐불임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악당 샤일록은 고리대금업자다. 이렇게 설정된 건 이자와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탓이 컸다. 금욕주의에 기반을 둔 기독교의 스콜라 철학은 “화폐는 화폐를 만들지 않는다(pecunia pecuniam parere non potest)”는 걸 철칙으로 삼았다. “돈이란 거래에 쓰이도록 만들어졌지 이자를 불리기 위한 게 아니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화폐불임설(貨幣不姙說)’을 잇는 사상이었다. 그리하여 5세기 교황 레오 대제는 성직자의 대부업을 금지시킨다. 농업·수공업과는 달리 아무것도 못 만드는 대부업은 극히 비생산적이란 생각도 작용했다.

 다만 매춘이 그렇듯 대부업도 없앨 순 없는 필요악으로 여겨졌다. 하여 교황청은 특수계층에만 이를 허용한다.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고 배척받던 유대인들이었다.

 이후 대부업은 유대인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골드먼삭스, J P 모건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유대인에 의해 만들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유대인의 금융업 장악은 갈수록 심해졌다. 여기저기서 불평이 쏟아졌다. 히틀러는 이에 편승, 독일인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기생충으로 유대인들을 매도하면서 600만 명을 학살했다.

 이자에 대한 거부감은 이슬람에선 더했다. 기독교 세계에선 자본주의를 옹호한 종교개혁가 장 칼뱅의 등장 이후 이자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지만 이슬람에선 요지부동이었다. ‘리바(이자)’와 관련, 이슬람 경전 코란은 “상업은 허락하나 리바는 금한다”고 못 박고 있다. 돈을 빌리려는 이의 곤궁함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큰 불의라는 것이었다. 이리 되니 돈을 꿔주고 이자를 받는 대부업 자체가 성립될 리 만무했다.

 그러나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금 융통이 필요한 법. 게다가 원유를 팔아 조성된 막대한 오일머니를 굴리기 위해서도 다른 방법이 절실해졌다.

 이런 배경 속에 탄생한 게 이슬람식 금융기법이다. 돈을 빌려주는 대신 고객이 필요한 상품이나 기계를 산 후 이를 원가에다 이윤을 붙여 되파는 ‘무라바하’, 부동산 등을 사서 일정한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는 형태의 ‘이자라’ 등 대표적인 방법만 7~8가지에 이른다.

 이번 2월 국회에서 ‘이슬람 채권(수쿠크)’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슬람 채권에 대해 감세 혜택을 주는 걸 개신교 쪽에서는 반대하는 모양이다. 논쟁이 어찌 굴러가든 이자에 대한 기독교의 근본사상도 이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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