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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와 소리꾼, 무대서 만나 무대서 부부 되다





팝핀현준·박애리씨 이색 혼례
노랑머리 신랑, 쪽진머리 신부
춤과 노래 어울린 ‘1시간 공연’



‘비보이를 사랑한 소리꾼’ 커플이 20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결혼했다. 비보이 팝핀현준과 소리꾼 박애리는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며 결혼식을 치렀다. [안성식 기자]





20일 오후 서울 남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이색 결혼식이 열렸다. 비보이 팝핀현준(32·본명 남현준)과 소리꾼 박애리(34)의 혼례였다. 언뜻 ‘궁합’이 잘 맞지 않아 보이는 비보이 스타와 국악계 스타의 ‘백년가약(百年佳約)’이 화제가 됐지만 그들만의 독특한 결혼식도 하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대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이날 무대에서 공연을 하며 결혼식을 치렀다. 결혼식 자체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잔치이자, 이종교배(異種交配)문화 콘텐트였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들 부부의 결혼식을 재구성했다.



#입장



 신랑은 닭 벼슬 머리에 노란 물을 들였다. 양쪽 귀의 굵은 귀걸이가 조명에 반짝였다. 커다란 운동화를 신고 힙합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나왔다. 신랑이 퇴장하고, 이번엔 신부가 나왔다. 머리엔 쪽을 졌다. 흰색 저고리에 분홍 치마를 입고 ‘사랑가’를 불렀다. 입석까지 마련해 빼곡히 들어선 500여명의 하객 겸 청중에게 하는 자기 소개였다.



 결혼식은 공연 형식으로 진행됐다. 결혼식을 앞두고 박애리는 “무대가 없었으면 우리도 만나지 못했을 거다. 호텔 결혼식, 전통혼례 등을 다 생각해봤지만 역시 무대 위 결혼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공연을 함께하다 만났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 ‘뛰다, 튀다, 타다’였다. 극에서 서로의 마음을 저울질하는 대학생 연인으로 출연한 뒤 실제 연인 사이가 됐다.



#주례사



 무대 위 결혼식에서는 10개월 동안의 만남이 극으로 다시 펼쳐졌다. 국립창극단의 재주 많은 단원 남상일이 사회를 맡아 분위기를 띄웠다. “너희들 공연 연습하고 있어. 딴짓하면 안 된다!” 능청스러운 연기에 하객 겸 청중이 와, 하고 웃었다.



 이후 이들의 사랑 노래가 무대 위에 펼쳐졌다. 신부가 류시화의 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에 붙인 노래를 부를 때 신랑이 춤을 췄다. 사회자가 다시 나와 “기왕 이렇게 된 거, 내친 김에 결혼해라”라고 하자 천장에서 청사초롱이 내려왔고, 주례를 맡은 김명곤 전 국립극장장이 등장했다. 주례사는 “예술은 고통의 길이기도 하다. 힘든 길 함께 가라”는 말로 마무리됐다.



#축가



 부부는 이 결혼식을 직접 기획했다. 기획안을 만들고 써서 국립극장에 정식으로 대관 신청도 했다. 결혼식 도우미도 특별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국악기로 연주를 맡았고, 국립창극단 단원들은 찬조 출연을 하고 무대 세팅도 도왔다. 팝핀현준에게 춤을 배우는 댄서들이 국악에 맞춰 축하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축가 순서에도 부부는 가만히 듣고 있지 않았다. 가수 조관우가 ‘아베마리아’를 부르는 동안엔 신랑이 춤을 췄고, 남상일이 ‘선녀와 나무꾼’을 부를 땐 박애리가 마이크를 넘겨 받았다.



#퇴장



 팝핀현준은 박애리를 두고 “일류 예술가”라고 한다. 박애리는 “두 살 어린 춤꾼에게 한이 서려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하객에게 인사하며 결혼식을 마무리하던 부부가 눈물을 훔쳤다. 팝핀현준은 아버지를, 박애리는 어머니를 먼저 떠나 보냈다. 사회자 남상일은 “(2층 규모인) 달오름극장 3층에서 두 분이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 너스레를 떨었다. “무대에서 사는 우리, 무대에서 새 출발하겠다”고 말한 부부는 눈물을 멈추고 다시 환히 웃었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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