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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합니다] 나무 한그루 7년찍어 사진전 연 자동차 정비원











충남 예산의 한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고 있는 정비원 이기완(31)씨는 직장에서의 일과가 끝나면 근처에 위치한 예당저수지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곳에 서있는 단 한그루의 나무를 향해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대학과 직장 등 각자의 생활을 위해 친구들은 모두 고향을 떠났다. 홀로 남겨진 내 모습이 넓은 저수지 위에 우두커니 서있는 저 나무같아 보여 어딘가에 담아두고 싶었다. 올 2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찍기 시작한 그의 '나무'가 조그만 지역을 벗어나 서울에 뿌리를 내렸다. 지난 7년간 찍어온 '나만의 나무'가 그 누군가에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장애를 얻은 이상봉(57)씨는 척추가 굽어 구부정한 자세로 생활한다. 몸이 불편해 남들보다 할 수 있는 것은 적었어도 하고 싶은 일은 많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사진'이다. 30년간 특수교육에 종사해온 그는 현재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 교사다. 그는 자신의 제자들을 모델로 장애인의 '꿈'을 표현하고자 오래 전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사진 속 아이들은 시각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쁜 꽃이라도 본 듯 밝게 웃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봤길래 그리 환하게 웃는걸까. 아마도 남몰래 품어온 그들의 '꿈'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대학로에 위치한 갤러리 '공간 루'에서는 소속작가전(2.17~3.2)이 한창이다. 이기완, 이상봉씨는 총 다섯명의 소속작가 중 한명이다. 사진전이 오픈하던 지난 17일, 이기완씨는 들뜬 마음으로 예산에서 상경했다. 자동차 정비소는 사장님의 배려로 하루 쉬기로 했다. 2004년, 정비일을 해 모은 돈으로 처음 카메라를 손에 잡았다. 그때만 해도 판(?)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 그저 외로움을 달래려 시작했던 '사진찍기'가 이제는 전시회 뿐만 아니라 차기작품도 준비해야 하는 '사진작업'이 돼버렸다.



자동차 정비원과 사진가. 두가지 직업에 혼란스럽지는 않을까. 이에 그는 "요즘 투잡이 대세긴 한데, 난 갭이 큰 투잡이라 조금 정신없다. 오늘도 일정이 끝나면 바로 예산으로 내려가 미뤄둔 수리일을 끝내야 된다"며 웃었다. 7년간 한 나무만을 찍어왔다는 그에게 다른 나무를 찍을 생각은 없냐고 물었더니 재밌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나무는 내 짝사랑이다. 짝사랑 대상이 여러명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의 일편단심 '그 나무' 사랑이 돋보이는 대답이다.



이기완씨의 파트너가 '나무'라면 이상봉씨의 파트너는 '제자들'이다. 남들에게 자신의 불편한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장애 학생들에게 사진작업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오랜 시간 자신들의 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해준 '선생님'에겐 마음을 활짝 열었다. 아이들은 악기, 책, 청진기 등 각자 자신의 꿈을 표현할 수 있는 물건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하지만 끝내 용기를 내지 못해 촬영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도 있다. 그는 "장애 판정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이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모양이다"고 말하며 "언젠가 그 친구의 꿈도 사진에 담아주고 싶다"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이씨는 요즘 다큐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그의 사진 작업에 관심을 가진 임태형 영화감독이 이를 다큐멘터리로 촬영중이기 때문이다. 여름 개봉을 앞둔 이 영화의 제목은 '나, 드러내기'. 학생들에게 하고픈 말을 제목에 담았다. 그는 "아이들이 움츠리지 말고 자신을 드러내며 존재가치를 느끼길 바란다"며 "그들이 꿈을 향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사진작업은 꾸준히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웃어보였다.(문의:02-765-1883· www.spacelou.com)



온라인편집국= 유혜은 기자 yhe11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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