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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1년에 36조~58조 달러 가치 … 자연도 자본이다





자원 낭비 부문에 중과세 하면
세금 피하려 효율·생산성 향상
환경도 살고 경제도 발전할 것





자연자본주의

폴 호큰 외 지음

김명남 옮김, 공존

767쪽, 3만5000원




46억년의 지구 역사 중에서 생명체가 등장한 것은 38억년 전이다. 인류는 이 38억년간 축적된 지구생태계, 즉 자연자본을 물려받아서 맘껏 사용하고 있다.



 자연 생태계가 인류에게 베푸는 서비스의 가치는 엄청나다. 1997년 과학저널인 네이처는 생태학자들은 전세계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연간 36조~58조 달러(4경~6경50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 논문을 싣기도 했다. 수자원 공급과 공기 정화, 쓰레기 처리, 홍수 예방 등의 서비스다. 1999년 전 세계 총생산이 38조 달러였음을 고려하면 실로 막대한 수치다. 더욱이 이 수치는 연간 제공되는 서비스, 즉 ‘이자’일 뿐이고 자연자본 전체의 가치는 400조~500조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산업자본주의는 최종 상품에만 관심을 가질 뿐 자연자본에는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경제통계도 마찬가지다. 환경이 파괴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도, 자원이 고갈돼도 GDP는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폴 호큰 등은 이같은 산업자본주의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자연자본주의’를 같은 이름의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자연자본주의의 핵심 주장은 물질과 에너지를 극단적으로 적게 쓰면서도 생기 넘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적자본·자연자본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자본에 대해 온전하게 가치를 매겨야 하고, 그렇게 한다면 환경보전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다.









스위스의 플래닛 솔라가 발주하고 독일의 키엘이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보트 ‘튀라노 플래닛 솔라(Turanor Planet Solar)’. 태양광으로만 최대 시속 26㎞로 항해할 수 있다. 2010년 말 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일주를 시작해 화제가 됐다. [공존 제공]






 저자들은 자연자본주의의 4가지 원칙으로 ▶자원의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이는 것 ▶물질과 에너지를 순환하고 다시 사용하는 자연생태계를 모방하는 것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공급함으로써 물질 사용을 줄이는 것 ▶파괴된 지구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자연자본에 재투자 하는 것 등을 들고 있다.



 이같은 자연자본주의 원칙을 적용한 사례로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고객이 에어컨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에어컨이 하는 일을 원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에어컨 판매에 치중하기 보다는 고객에게 시원함과 쾌적함을 값싸게 공급하기로 했다. 건물·유리창의 단열이나 조명 개량까지도 함께 책임짐으로써 에어컨은 덜 사용하면서도 쾌적함을 제공하게 됐다. 카펫 제조회사인 인터페이스사 역시 카펫을 파는 비즈니스에서 바닥재를 대여하는 비즈니스로 전환했다. 덕분에 뛰어난 내구성으로 물질 소비를 크게 줄인 새로운 바닥재 개발에도 성공했다.



 태양광 발전은 자연 모방을 통해 자연자본주의를 실현한다. 나무는 태양에너지로만 살아가기 때문이다. 물질의 재활용 과정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태양에너지 같은 재생에너지로 바꾸면 그 자체가 자연자본주의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된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은 1999년이다. 그 사이 자연자본주의를 뒷받침할 관련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 연료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돌풍에 덩지가 큰 차를 생산하던 자동차 회사는 덜미가 잡혔다. 2007년 미국·스페인·중국이 새로 설치한 풍력 발전시설의 용량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용량 증가분을 웃돌았다. 냉난방 에너지가 들지 않는 패시브하우스도 유럽에 2만 채가 들어섰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런 기술들이 우리 주변에 다가와 있다는 것은 자연자본주의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이나 미국 등의 그린 뉴딜 정책도, 자연 모방해 산업에 적용하라는 ‘블루 이코노미’가 주목을 받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지난 달 한파 때 국내 전력소비가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치솟았듯이 여전히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자연자본주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세제 개혁 같은 ‘채찍질’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소득세처럼 사람에 부과되는 세금을 줄이고 자원 사용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자는 식이다. 또 물·에너지 낭비와 환경파괴를 부추기는 왜곡된 보조금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채찍질을 피하려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다 보면 비용 절감이라는 당근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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