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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살인·남색·방랑 … 16세기 천재 화가 ‘카라바조의 삶’









카라바조의 비밀

틸만 뢰리히 지음

서유리 옮김, 레드박스

736쪽, 1만4800원




그림은 오랫동안 신들의 것이었다. 신화와 성서의 주인공, 그리고 그들을 섬기는 귀족과 성직자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림에 일반 사람들이 등장한 것은 불과 400여년 전의 일이다. 그 선두에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1571∼1610)가 있었다. 30대에 요절한 그는 살인, 남색, 투옥, 도주, 방랑 등 파란만장한 생을 살았다. 그리고 그 짧은 기간 남긴 그림이 미술을 바꿨다.



 집시, 창녀, 병사 등 거리의 인물이 등장한 그의 그림은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이렇게 된 것은 그가 이상미가 아니라 진실을 화폭에 구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어둑어둑한 실내에 세리(稅吏)들이 모여 앉아 있다. 문이 열리고 강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한 젊은 남자가 들어와 머리가 벗겨진 늙은 세리를 가리킨다. 예수의 이 손짓에 화답하는 것은 “저 말입니까? 아니면 제 옆의 이 사람?”하고 묻는 듯한 마태의 쭈뼛거리는 손이다.









“나를 따르라” 예수가 가리킨 인물은 사도의 성스러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늙은 세관 마태였다. 이상미보다 진실을 추구했던 카라바조의 파격이었다.






 <성 마태의 소명>은 빛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살렸고, 예수와 사도를 당대의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처럼 그려 파격을 이룬 그림이다. 이런 형식 파괴로 이탈리아의 카라바조는 바로크 시대를 열었고 네덜란드의 렘브란트, 스페인의 벨라스케스 등에 영향을 줬다. 그림도 생애도 매력적이어서 미국의 사진가 신디 셔먼, 영국의 영화감독 데릭 저먼 등 오늘날의 예술가들도 카라바조를 재해석했다.



 이번엔 팩션이다. 독일 작가 틸만 뢰리히가 400년 전 객사한 거장에 주목했다. 1969년 이탈리아에서 실제 벌어졌던 <아기 예수의 탄생> 도난 사건으로 시작, 카라바조의 생애로 들어갔다. 다혈질의 천재가 거장이 되기까지, 도발이 명작이 되기까지의 순간들을 사실(史實)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창조했다.



 종교가 정치를 닮고, 공방의 장인이 예술가가 되고, 예술시장이 태동하는 시대 배경은 양념이다. 책은 카라바조라는 매력적 세계를 택했다는 점에서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갔다. 그러나 이야기가 흡입력을 떨어뜨릴만큼 길다는 게 흠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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