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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인문학 있어 행복한 ‘콩가루 집안’







조우석
문화평론가




카피라이터 박웅현(50)의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알마)가 읽어볼만하다고 일러줬던 이는 방송작가 김주영씨다. 역시 좋았다. 세상을 움직이는 광고카피란 반짝 아이디어보다는 인문학의 기초체력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광고업계의 전설’로 통하는 이의 내공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었는데, 지난 연말 운 좋게도 저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의기투합에 가까운 대화 끝에 그가 열아홉 살 딸의 책이라며 건네줬던 게 『인문학으로 콩 갈다』(북하우스)이다.



 아빠의 책제목을 패러디한 이 책에서 그의 딸 박연은 말한다. 지금껏 자기 삶의 중요한 것은 아빠와 함께 한 인문학을 통해 익혔다는 것, 자기 집은 권위주의와 작별한 ‘콩가루 집안’인데, 모두 인문학 매니아란 자부심이다. 짧은 시 ‘Best one은 아니지만 Only one인 삶을 사는 나’만해도 열아홉 살 새내기의 다짐이 실로 의젓하다. “공부에 목숨 걸지 않지만/공부는 재밌어/나이는 많지 않지만/할 말은 있지/높은 경지에 오르지는 않았지만/인문학 대화는 즐거워/스티브 잡스는 아니지만/나만의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이른바 ‘엄친아’와는 전혀 다른 지향과 마인드를 가진 젊은이가 출현한 셈이다. 그런 박연에게 특목고 입학, 명문대 합격으로 이어지는 외곬의 목표 따위란 별로 신통한 게 아니다. 박웅현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키웠기에?” 부모 마음이 다 그러한데,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평소 자기부터 책을 쥐고 읽었단다. 그게 전부다. 하나 더. “내일 시험인데 공부해!”라며 윽박지르는, 한국 부모들의 실수를 그는 범하지 않았다.



 “저는 이렇게 말했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우리 결과엔 신경 쓰지 말자.’ 물론 딸의 자존심을 자극했죠. ‘넌 학원에 안 다닌다. 그런 네가 사교육을 받는 남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을래?’ 아이가 확 달라집니다.” 다음 말도 기억해두자. “무엇보다 자식을 믿어줘야 합니다. 얼마 전 유학을 떠난 딸아이의 초등생 시절 일기장을 발견했는데, 이런 말이 나와요. ‘거짓말을 했다고 엄마에게 죽도록 맞았다. 눈물이 나오진 않았다. 다음 날 아빠가 말했다. ‘연아, 난 널 믿어.’ 나는 펑펑 울었다.”



 박웅현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다. 진짜 성공한 건 자녀 교육 쪽이 아닐까? 요즘 그는 간혹 교육 강연을 하는데, 부모들이 한결 같이 묻는다. “어떻게 하면 내 아이의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나요?” 그때 그는 “자식은 내 소유물이 아니라며 입술을 깨물라.”고 전해준다. 집착이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로 피어싱이 썩 잘 어울리는 콩가루 아빠 박웅현은 이렇게 말했다. “자식은 자식일 뿐이죠. 만일 딸이 제 인생에 끼어든다면, 전 그 꼴 못 봐요.” 한국 부모들은 지금 어쨌거나 진화 중이다. 앞서가는 그에게 ‘나머지 공부’를 청하고 싶은 마음 굴뚝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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