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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북한에 못 이긴다 … 무기 앞서나 전략에 뒤져”




이상우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이 71개 국방개혁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그는 “개혁에는 늘 저항이 따르는 법”이라며 “국방개혁 성공의 관건은 통수권자의 의지”라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은 ‘국방개혁 전문가’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0년대 자주국방 개혁에 깊이 관여한 뒤 모두 4차례의 국방 개혁에 참여했다. 그는 “‘자주국방’을 제외하면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마지막이기를 바라며 지난해 1월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위원장을 맡은 1년 사이 천안함이 침몰하고 연평도가 포격 당했다. 100여 차례의 회의, 42차례에 걸친 일선 방문 동안 그는 고민했다. 그 결과를 지난해 12월 대통령에게 제출한 71개 항목의 국방선진화 과제에 담았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이를 바탕으로 세부 계획을 수립 중이다. 다시 개인 연구실로 돌아가 국방개혁을 지켜보고 있는 이 전 총장을 11일 만났다.

-개혁안 보고서의 핵심은.
“한마디로 ‘전쟁할 수 있는 군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초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금 상태론 전쟁에서 싸워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현대는 ‘4세대 전쟁’까지 왔다. 우리는 4세대 무기를 갖췄다. 하지만 군의 구조나 전략, 운영체제, 사고방식은 2세대다. 6ㆍ25, 월남전이 2세대 전쟁이다. 반면 북한은 돈이 없어 대부분 무기가 2세대다. 그러나 전략·훈련·기획·사고방식은 4세대다. 그러니 어찌 싸워 이기겠나. 우리가 산업화와 경제 발전에 성공한 데 도취해서 정부, 군, 국민 모두 오만해지고 북한을 과소평가했다. 그 결과 오늘 이 모양이다.”

-연평도 포격 전에 그런 결론을 내렸나.
“포격 넉 달 전 연평도를 방문했다. 한심하더라. 손바닥만 한 땅에서 경비는 해병대, 영상은 해군, 통신은 국방부 직할부대로 나뉘어 있었다. 통괄기구가 있느냐고 했더니 ‘일주일에 한 차례 차 한잔 마시는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호 협력을 잘한다고 자랑한 게 ‘해병대가 해수를 담수화해 다른 부대에게도 잘 나눠준다’는 거였다. 한심해서 인천방위사령관과 2함대 사령관에게 따끔하게 얘기했다. 당시 연평도에 K-9 자주포가 6문 있었는데 지난 정부에서 철수 계획을 확정했다. 내가 이 계획을 중단시켰다. K-9은 땅에 고정시켜 발사하면 백발백중하는 무기다.
그 뒤 연평도 포격이 터졌는데 한심하고 처참하게 당했다. 당일 군의 정례 훈련이 있었는데 혹시 몰라 K-9 4문만 참가하고 2문은 예비용으로 남겨뒀다. 4문으로 각각 15발씩, 60발 쏘는 데 딱 59발을 쏘자 북에서 포탄이 날아왔다. 우리가 다시 장전하기 전에는 쏠 수 없도록 북한이 정확하게 보고 기다렸다는 얘기다. 땅속 터널에 있던 예비용 2문도 특수 장갑탄이 뚫고 들어와 터져 전자제어장치가 고장 났다. 이걸 목숨 걸고 끌고 나와 반격했다.”

-북한이 전자전을 하지 않았나.
“연평도에 대포병레이더가 있는데 두 대 모두 작동이 안 됐다. 북한이 재밍(전파교란)한 것이다. 북한 포탄이 어디서 오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연평도 앞 작은 섬의 해안포에 대고 반격했다. 나중에 보니 실제로 북한이 포를 쏜 곳은 개머리 반도였다. 헛짚은 것이다. 군이 얼마나 나사가 빠졌는지 예를 들면 한이 없다. 북한이 쏜 다연장포는 후방에 있던 걸 하루 전 전진배치했다. 우리가 포착했지만 일상적이라고 무시했다. 더 조사해야겠지만 북한은 무인정찰기까지 동원해 탄착 지점을 봐가며 쐈다. 완벽하게 준비했다. 없는 살림에 무인기를 띄우고, 재밍하고, 돈을 쏟아 부으면서 철저히 준비했다. 국방부에 가서 ‘통일 되면 포격을 기획한 북한 장교를 불러 술 한잔 사고 싶을 만큼 빈틈없는 기획이다. 국방부 당신들은 기합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해북부합동사령부 창설은 순조롭게 되고 있나.
“원래 계획은 사령관을 해병대가 맡는 것이다. 여기에 공군비행단, 해군, 육군 다 배속시키고 사령관에게 권한을 다 주는 것이다. 그런데 해군에서 교묘한 수를 썼다. 청와대 지시라 하긴 해야겠으니 원래 계획을 수용하면서 사령관만 해군으로 바꿨다. 그건 하지 말자는 얘기나 같다. 지금 인천해역방위사령부에 해병대, 공군을 배속받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러면 해병대가 죽는다. 그래서 ‘사령관은 해병대’라고 못을 박았다. 나중에 틀이 잡히면 해군·육군이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군단급 사령부가 좋다고 보지만 일단 사단급으로 출범시킬 것 같다. 해병대 예비역이나 장병들은 다 좋아한다. 그런데 장교들은 조용하다. 이런 큰일을 맡아본 적이 없으니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청와대에 ‘해병대에서 사령관 맡을 사람이 없으면 육군 소장을 군복 갈아 입혀 보내면 된다’고 했다. 육군이 상륙작전만 배우면 된다. 그러면 다들 정신 번쩍 차릴 것이다.”

-왜 해병대를 강화해야 하나.
“지난번 포항에서 해병 장병들에게 ‘국방 선진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65만 국군을 모두 해병대 같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더니 박수가 나왔다. 해병대는 북한에 엄청난 위협이 되는 전략군이다. 예전에 강화에 있는 해병 사단을 포항으로 옮기자 북한군 8개 사단이 동해로 움직이더라. 다시 김포로 가면 8개 사단이 다시 서해 쪽으로 따라왔다. 그만큼 북한은 해병대 때문에 힘들어한다. 현재 해병대는 2만7000명 병력에 2개 사단, 1개 여단인데 ‘3만 명까지 늘린다’는 대통령의 구두 재가를 받았다. 나는 육군 1개 사단을 아예 해병대로 개편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군 전략은 ‘거부 중심의 방어’에서 북한이 감히 도발하지 못하게 ‘능동적 억제’로 바꿔야 하는데 그 핵심이 해병대와 특전단이다.”

-합동군사령부 체제 재편에 대해 군 내부 저항이 크다.
“합동군 사령관을 육·해·공군이 윤번제로 맡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오보다. 나는 육군이 합동군 사령관을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육군의 덩치가 제일 큰데 해·공군이 맡으면 곤란하다. 시간이 더 지나면 몰라도 현재는 육군이 할 수밖에 없다. 대신 대통령과 장관의 참모 기능을 하는 합참의장은 윤번제로 한다. 합참의장, 합동사령관 모두 대장이지만 서열은 합참의장을 위로 했다.

해ㆍ공군이 합동군 사령부에 저항하는 핵심 이유는 인사권 때문인데 실은 해ㆍ공군이 더 좋아할 일이다. 우리 계획엔 합동군 사령부를 제외한 각군 인사는 각군 사령관이 갖게 돼 있다. 현재 육·해·공 참모총장은 군정권밖에 없는데 앞으로 사령관이 되면 군령·군정권을 다 갖는 것이다. 전쟁이 터져도 일사불란하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합동사령부는 사령부와 서해북부사령부와 같은 직할부대로 구성된다. 합동군사령관은 이들에 대한 인사권을 갖지만 그 수가 몇이나 되겠나. 따라서 합동군사령관은 작전 명령에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비교해보자.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시에 군령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한국군 인사에는 아무것도 못한다. 그러니 우리가 신경도 안 쓴다. 합동사령부도 그렇게 하겠다는 얘기다.”

-지휘체제만 바뀐다고 2세대가 4세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옳은 얘기다.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지휘체계=합동군, 부대구조=맞춤형 네트워크’다. 대통령에 보고할 때 레고 장난감에 비유했다. 이렇게 붙이면 배, 저렇게 붙이면 비행기가 되는데 군도 마찬가지다. 기능별 유닛을 만들어 필요에 따라 결합해 쓰자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그렇게 한다. 지난번 을지훈련 때 한국에 온 미 해병대 소장에게 ‘해병대를 몇 명 데려왔느냐’고 했더니 웃으며 ‘어제 민간 항공기로 전속병, 연락병 두 명 데리고 온 게 전부’라고 하더라. 대신 훈련에 돌입하면 2만7000명이 자기 지휘 아래 움직인다고 했다. 상륙 유닛, 비행 유닛들을 호놀룰루·오키나와·마닐라 등에서 부른다는 것이다. 이게 4세대 전투다. 북한은 이미 ‘전선전’을 안 한다고 했다. 탱크 앞세우고 보병이 따라 가는 그런 전쟁을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군에 ‘북이 전선전을 안 한다는데 왜 병력을 전부 전선에 세워놓느냐’고 했다. 이젠 여단급 전투단을 만들어 필요에 따라 결합해 쓸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 서해북부사령부에서 바로 그런 일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가장 저항이 심하다. 그렇게 되면 경비는 엄청나게 절감되지만 군·군단·사단 같은 층층 구조가 사라지고 장군 자리가 100명 이상 날아가기 때문이다. 효과는 제일 좋고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올해 착수할 단기 과제에서는 빠지고 중장기 과제로 돌려졌다.”

-4세대 무기는 어떻게 정리했나.
“스텔스기인 F-35 60대를 빨리 도입하자고 했다. 무인기는 공군이 반대한다. 조종사들이 재고 다니며 요직을 차지했는데 앞으로는 육상에서 무인기를 조종하는 사람과 경쟁해야 되니 그러는 것이다. 4세대 무기에 2세대 멘털리티다. 육군도 저항이 있다. K-2 탱크 2400대를 더 늘려 기계화 군단을 늘리고 싶어 하지만 나는 보류하자고 했다. 탱크로 탱크 잡는 건 옛날 얘기고 지금은 아파치 헬기로 잡는다. 그래서 공격형 헬기가 시급하다. 해군에게도 이지스함 하나 더 갖는 것보다 공격형 잠수함을 갖는 게 더 급하다고 했다.”

-선진화 방안 가운데 24개월 복무기간 환원은 실현되지 못했다.
“예를 들어 그 좋다는 K-2 탱크의 운전을 배우는 데 2년 걸린다. 그렇게 교육시켜 놓으면 그 길로 전역이다. K-2도 지금 실정에선 ‘장병 교육용’에 불과하다. 반면 북한군은 복무기간이 10년이고 탱크 운전병은 15년이다. 맞붙어 전투가 되겠나. 그래서 24개월을 제안했는데 21개월로 절충됐다.”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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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