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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제역, 이명박 정부 최대 오점 될 수 있다

329만 마리. 구제역 발생 후 12일 오전까지 땅에 매장된 소·돼지·염소 숫자다. 지난해 11월 하순 구제역이 발생한 지 77일 만에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끔찍한 ‘가축 홀로코스트’를 겪고 있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으로 닭·오리·메추리 545만 마리가 매몰됐다. 아무리 짐승이지만 속절없이 희생된 뭇 생명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하다.

구제역 확산은 축산 재앙, 농업 재앙을 넘어 환경 재앙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마구잡이 매몰로 인해 지하수와 토양이 붉게 오염되고 한강·낙동강 식수원이 위협받고 있다. 환경부가 한강 상류지역 가축 매몰지 32곳을 육안으로 조사한 결과 16곳에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과 AI 때문에 1조2000억원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는데도 농심(農心)은 흉흉하다. “가축 전염병 하나 막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라는 비난이 나온다. 도시에선 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여름 전염병 창궐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가히 국가적 재앙이다.

일각에선 날씨가 따뜻해지면 구제역이 물러갈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친다. 그런 안이한 시각으론 사태를 제대로 수습할 수 없다. 철저한 후속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중국·동남아·아프리카와 같은 만성적인 구제역 발생 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다. 내년 겨울 구제역이 또다시 창궐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럴 경우 다른 나라로부터의 육류 수입을 제한하기 어려워진다. 국내 육류 제품을 수출할 때는 제값을 못 받을뿐더러 직·간접 규제까지 감수해야 한다. 경제적 손실과 국가 이미지에 미칠 악영향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구제역이 천재(天災) 아닌 인재(人災)라는 자세로 매진해야 한다. 구제역 관계 부처들은 발생 초기에 팔짱을 낀 채 농림수산식품부만 쳐다보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2000년 3월 국내 구제역 첫 발생 때 당시 김대중 정부는 ‘방역은 제2의 국방’이라며 군 병력·장비까지 총동원했었다. 이명박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했겠지만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정부에 있다. 정치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구제역 문제는 더 이상 농식품부 따로, 환경부 따로 대책을 세울 일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농식품부·환경부·국토해양부·국방부 등 관계 장관들을 모두 소집해 총체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람도 물건도 사료도 국경을 맘대로 넘나드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방역 체계를 보완하고 매몰 방식도 점검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임기 후반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의 국정 장악력을 시험하고 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못 고치면 민심 이반의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끝이 좋아야 다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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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