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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포함 건강검진 100만원 동물병원 갈수록 전문화·대형화

8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동물병원 ‘닥터펫’에서 의료진이 젖니를 뽑기 위한 시술을 앞두고 강아지를 마취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종양클리닉, 재활통증클리닉, 건강검진클리닉, 비만클리닉….’
지난주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병원에서 특화진료 과목으로 내세우는 전문 클리닉이다. 컴퓨터 단층촬영(CT), 방사선투시장치(C-arm), 망막기능 검사장비(ERG) 등 의료기기도 갖췄다. 내과·외과·안과·치과·영상의학과 등 전문의들이 진료를 맡는다. 그런데 수액을 꽂은 채 병상에 누운 환자가 강아지다. 동물의료원 ‘이리온’이다. 대기업인 대한제분이 출자한 반려동물 전문기업 DBS가 세워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곳이다.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 530만 시대 풍속도


우리나라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는 400만이 넘는다. 개 450만 마리, 고양이 62만 마리를 포함해 모두 530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이 땅에 살고 있다. 동물병원·사료·용품 등 관련 시장도 성장해 시장규모가 연간 2조원대로 추정된다.

문화도 달라졌다. 동물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되면서 사람도 ‘주인’보다는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됐다. 집 안에 살게 된 반려동물의 운동량은 줄고 식습관도 사람처럼 변했다. 수명은 길어지고 사람 유사 질병을 앓게 됐다. 10~12년을 살던 강아지는 15년 이상 장수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당뇨·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과 암을 앓는 경우가 많아졌다. 건국대 수의과대학부속동물병원의 박희명 원장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운 치료여도 해달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병원 의뢰받는 2차 의료기관 역할
이런 상황에 대응하면서 보호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등장한 것이 ‘종합병원급’ 병원이다. 경기도 분당의 해마루동물병원은 수의사 20명, 간호사 50명의 대규모 병원이다. 사설법인이지만 보통의 동물병원이 하는 애견 미용, 용품 판매 등 부대사업은 하지 않는다. 예방접종도 하지 않는다. 대신 당뇨병·척추·고관절 클리닉 등 특수진료과목을 두고 전문의료에 집중한다. 인공수정센터와 불임 클리닉도 운영한다. 중환자 전담 수의사가 있는 집중치료실(ICU·Intensive Care Unit)도 뒀다.

척추 손상으로 MRI 검사를 받는 푸들 강아지. 움직이지 않도록 마취한 뒤 각종 검사를 한다. 최정동 기자
진단만 전문으로 하는 의료센터도 있다. 사람 병원으로 치면 방사선과에 해당하는 이안동물영상의학센터다. 병원에서 의뢰받아 MRI와 CT 검사를 하고 다시 치료를 의뢰한다. 특히 MRI를 도입한 동물병원은 서울대·전북대 부속동물병원을 포함해 국내 네 곳밖에 없어서 뇌종양·디스크·신경질환 등을 진단하기 위해 이곳에 의뢰하는 동물병원이 많다.

동물 의료는 치료를 넘어 예방하는 수준이 됐다. 대형병원들은 건강검진도 해준다. X선, 초음파, 심전도, 혈액검사, 관절검사, 치아검사 등을 포함하는 건강검진은 5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MRI나 CT가 포함되면 100만원까지도 한다. 사람의 건강검진 못지않은 가격이지만 노령견의 건강을 염려하는 보호자들이 많이 찾는다.

프랜차이즈 병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8일 찾은 서울 삼성동 ‘닥터펫’에선 7살 암컷 푸들이 마취 상태로 MRI를 찍고 있었다. 이 강아지는 척추신경이 손상돼 하반신 마비가 왔다. 검사 후 척추 수술을 받고 입원했다. 회복 후엔 재활 치료를 받게 된다.

전문 의료기기를 갖춘 이 병원은 동물메디컬그룹 ‘쿨펫’의 직영병원이다. 2003년 10명의 수의사가 시작한 ‘쿨펫’은 전국에 102개 가맹병원을 둔 최대 프랜차이즈 동물병원이다. 의료·미용·훈련·분양·용품판매 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각종 사업을 한다. 쿨펫의 남정우 부사장은 “병원 개업 때 필요한 입지·시장조사를 돕고, 고난도 치료는 직영병원에서 지원한다”며 “가맹병원 수의사들에게는 의학 트레이닝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30곳 넘는 지점을 둔 ‘펫프렌즈’ 등 프랜차이즈 동물병원이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병원이 늘어나는 것은 동물병원과 수의사가 급격히 증가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전국의 동물병원은 3282곳, 수의사는 4249명이다. 매년 배출되는 수의사는 약 500명. 이들이 포화상태에서 개인병원을 차리기엔 부담이 크고 단독으로 고급 시설을 갖추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그래서 도전하는 게 프랜차이즈 병원이다.

동물병원은 1·2·3차 의료기관 구분이 법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사설 동물병원과 10개 대학의 부속병원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전문화·대형화한 병원들이 어려운 전문수술·치료를 의뢰 받으면서 ‘2차 의료기관’으로 불리게 됐다. 전문의 구분도 법적으로는 없다. 우리나라에선 6년 학부 과정을 마치고 수의사 국가시험을 보면 수의사 면허를 받는다. 이후 인턴과 진료수의사(레지던트에 해당) 과정을 거친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세부 전공을 정하는데 이때 관심 분야에 따라 의술을 특화하는 것이다. 전공은 치료대상과 진료과목에 따라 나눠진다. 조류·어류·파충류 등 대상을 특성화하거나, 개·고양이의 경우 그 안에서 내과·외과·안과·치과 등으로 세분화된다.
 
수익만 추구하고 공공적 기능 소홀 우려
동물병원의 대형화·전문화에 대해 “수의 기술발전을 이끌고 수준 높은 진료 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동물 진료가 반려동물만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인수(人獸) 공통감염병 관리 등을 하는 공중보건의 기반인데도 공공적 기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수의사는 “결국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고 수익만을 추구하는 동물병원이 동네 병원들을 위축시키고 지역 동물의료 체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각종 첨단장비로 검사하고 인의(人醫)에 사용하는 항암제 등 의약품을 사용해 동물을 치료해도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있다. ‘이리온’의 문재봉 원장은 “암 치료를 받은 사람은 5년이 지나면 완치라고 하지만 개에게 5년은 30년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다. 병의 전이도 빠르고 완치 판정 자체가 어렵다”며 “다만 1년을 더 살더라도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 그게 동물 진료에서 중요하고 보호자들이 바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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