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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승계 플랜

기업들의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최고경영자(CEO) 승계 뉴스가 연일 언론 지면을 장식한다. 롯데그룹에선 신동빈 부회장이 경영 참여 21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한다. 하나금융지주는 국내 처음으로 CEO 나이를 70세로 제한하는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신한금융지주는 불명예 퇴진을 당한 전직 CEO들이 신임 CEO 선출을 놓고 막후에서 대판 싸운다고 한다.

김광기의 시장 헤집기

다들 CEO가 되려는 이유는 뭘까. 경제적 보상을 넘어 조직 최정점의 권력을 쥐고 싶기 때문일 게다. CEO 승계 과정에서의 다툼과 갈등이 기업 존립 자체를 뒤흔든 사례도 많다. 그 때문에 경영학자들은 예측 가능하고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를 지속 가능한 기업 발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는다. 한국의 재벌이나 스웨덴의 발렌베리 같은 가족기업들이 주인 없는 기업들에 비해 대체로 좋은 경영 성과를 내는 것도 그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인 없는 기업이 대부분인 미국에선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제도와 관행을 정착시켰다. 미국 기업들도 애초엔 주인 있는 가족기업들이었다. 하지만 1920년대를 지나며 대부분의 창업주 가문이 주식을 처분하고 경영권을 내놓음에 따라 오랜 기간 전문경영인 독주 시대가 펼쳐졌다. 전문경영인 중에는 일단 CEO가 된 다음, 좀체 자리를 내놓지 않고 전횡을 일삼는 이가 속출했다. 머슴이 주인 행세를 하며 사욕을 채우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불거진 것이다.

참다 못해 돼먹지 못한 머슴들에게 반격을 가한 게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었다. 80년대 들어 주식 간접투자 붐이 일면서 대중에게 광범하게 흩어져 있던 주식들이 기관투자가에 다시 집중돼 가능해진 일이었다. 이후 미국 기업들의 CEO 승계 작업은 현직 CEO의 손을 떠나 철저히 이사회 주도로 이뤄지게 됐다. 물론 이사회가 CEO로부터 독립해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다하는 걸 전제로 한 말이다. 리먼 브러더스나 엔론처럼 이사회가 CEO와 결탁해 대형 사고를 친 사례도 있지만, 미국 기업들의 이사회 기능은 꾸준히 확대·강화됐다.

미국 주요 기업의 이사회는 CEO가 취임하자마자 차기 CEO 선출을 준비하는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사내에 수십 명의 CEO 후보군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유력 후계자를 압축해 나간다. 아울러 현직 CEO의 갑작스러운 유고에 대비한 비상 승계 플랜도 만들어둔다. CEO가 바뀌면 전직 CEO는 곧바로 이사회 멤버 자격도 박탈해 회사를 완전히 떠나도록 하는 기업이 많다. 전직 CEO가 이사 자격으로 회사에 버티고 있으면 신임 CEO가 뜻을 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전직 CEO가 사외이사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3년 이상의 공백기를 거친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모 금융지주의 전직 CEO는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면 됐지 등기이사직까지 버리라는 것은 심하지 않으냐”고 항변한다. 나이 탓인가? 그 머슴은 여전히 주인이란 착각에 빠져있는 것 같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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