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10조원짜리 동남권 신공항, 지금 서두를 필요 있나

공항 얘기다. 울진·김제·무안·양양 공항에는 1990년대 이후 추진된 신공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있다. 객관적 수요나 타당성 검증보단 정치적 고려가 우선돼 추진된 공항들이다. 이미 실패했거나 뼈아픈 실패를 경험 중인 것도 같다.

강갑생 칼럼

1300억원이 든 울진공항은 수요부족 탓에 문을 못 열다 지난해 아예 비행훈련원으로 바뀌고 말았다. 하루 이용객이 50명이라는 비관적 수요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DJ정부 실세였던 K씨가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김제공항도 정부가 450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했지만 “수요가 적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2008년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무안(3100억원)과 양양공항(3600억원)은 개점휴업 상태다. 양양공항은 연간 317만 명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지만 지난해 이용객은 1%도 안 되는 2만 명이었다. 무안 역시 510만 명 처리 규모에 이용객은 10만 명(2%)뿐이었다. 매년 60억~100억원씩 적자다.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질 때마다 “SOC사업에서 정치논리를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그런데 지금 이들 공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신공항이 논란이다. 예정대로라면 3월에 입지가 결정 날 판이니 바로 코앞에 있다. 동남권 신공항이다. 부산은 가덕도를, 대구·울산·경북·경남은 밀양을 민다. 서로 공항을 유치하겠다며 도심을 현수막으로 도배하고 장외집회도 수시로 연다. 정치인들도 연고지에 따라 유치 대열에 합류했다. 지역 인사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거론하며 정치권을 노골적으로 압박한다.

유치전이 과열되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백지화 내지는 연기론까지 거론했다고 한다.

동남권 신공항의 규모를 보면 뜨거운 유치 경쟁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업비가 무려 10조원이다. 기존 지방 신공항과는 체급이 확연히 다르다. 4대 강 사업(22조원), 경부고속철도 사업(21조원) 등과 함께 국내 최대 SOC사업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국내 유일의 허브공항이자 세계적 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공항의 1단계 사업비는 7조 8000억원이었다. 지자체들은 거대한 국제관문을 세운다는 의미뿐 아니라 고용 창출과 경기 부양 등 파급효과까지 고려해 유치에 목을 맨다.

그런데 과열 유치전 속에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게 있다. 분명 중심에 있어야 정상인데 말이다. 정밀하고 객관적인 수요· 경제성 분석과 이에 대한 의견수렴, 토론이다. 지난해 4월 알려진 국토연구원의 ‘동남권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비용 대비 편익(B/C)’이 가덕도는 0.7, 밀양은 0.73에 불과했다. B/C는 1.0이 넘어야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이것만 보자면 사실상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수준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국토연구원이 신공항의 이용객 수요를 너무 높게 잡아 B/C가 실제보다 많이 나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4년 부산이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한 신공항 관련 용역에선 가덕도와 밀양 모두 0.4에도 못 미친 바 있다. 그사이 달라진 상황을 감안해도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김해공항이 언제 여행객들로 만원이 될지도 견해가 엇갈린다. 이 시점에 따라 신공항을 서둘러야 하는지 여부가 갈린다. 신공항을 주장하는 측에선 2020년 전에 공항이용객이 크게 늘어 포화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2027년까진 무리가 없다고 한다. 3700억원을 들인 확장사업이 2008년 완료됐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감안해야 할 게 있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전국 고속철도망 구축전략이다. KTX 확충은 물론 기존 철도의 운행속도도 대폭 향상시킨다는 게 골자다. 2020년께면 전국 주요 도시들이 짧게는 1시간대, 최대 2시간대면 접근 가능하다. 서울과 울산·부산을 잇는 KTX 2단계 구간도 지난해 말 개통했다. 그만큼 인천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같은 쟁점을 놓고 이렇다 할 공청회나 토론회도 없었다.

동남권 신공항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꼭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단,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 조사절차와 의견수렴, 타당성 검증을 거치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지역논리, 정치논리에 휘둘려선 안 된다. 연이은 지방 공항의 실패를 벌써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