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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플랫폼에서 뛰어내려라” 노키아, MS와 제휴

핀란드 노키아는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다. 하지만 엘롭은 추락하는 노키아의 위상을 ‘불타는 플랫폼’으로 비유하며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다. 그가 언급한 사고는 1988년 7월 6일 북해의 원유 시추선인 파이프알파에서 난 화재다. 북해의 찬물에 뛰어들면 불길은 피한다 해도 체온 저하로 몇 분도 버틸 수 없다. 플랫폼 위에서 버텼던 사람 가운데는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바다에 뛰어든 사람도 대부분 사망했다. 모두 167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소수의 생존자는 모두 바다에 뛰어든 사람들 중에서 나왔다. ‘느리지만 확실한 죽음’과 ‘당장 결단해야 하는 불확실한 생존’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한 경우가 그나마 확률이 높았던 셈이다.
 

애플·삼드로이드(Samdroid)·마이크로키아(Microkia) 모바일 삼국지

“소비자 마음 잃고, 시간도 잃었다”
엘롭이 지적한 불길은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다. 그는 “애플이 스마트폰 개념을 바꿈으로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고 말했다. 2008년만 해도 300달러 이상의 고급 휴대전화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25%였지만 지난해는 61%로 뛰었다. 그는 “애플은 휴대전화를 제대로 만들면 소비자들은 값이 비싸도 산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게임의 규칙을 바꿔 시장을 장악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역시 2년 만에 앱 개발사, 서비스 업체, 하드웨어 제조업체 등을 끌어들이는 혁신적인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안드로이드는 고가 제품 시장에 나와 중간 제품 시장을 차지했고, 이제는 100유로 미만의 다운스트림(저가 대량판매 제품) 시장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뼈아픈 반성도 했다. 엘롭은 “아이폰이 처음 나온 게 2007년인데 우리는 아직도 비슷한 제품조차 내놓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또 “나온 지 2년밖에 안 된 안드로이드는 이번 주에 스마트폰 판매 대수에서 선두로 올라섰다”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2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시간을 되돌려보자. 2009년 9월 당시 CEO이던 올리-페카 칼라스부오는 “노키아는 더 이상 제조업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타이 차림으로 기조연설에 나선 그는 “노키아의 경쟁자는 삼성이나 LG전자가 아니라 구글과 애플”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서비스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이었다. 제지업체로 출발해 컴퓨터와 가전제품을 거쳐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변신한 노키아가 애플처럼 콘텐트·서비스 업체로 또 한번의 변신을 택한 것이다. 노키아 월드는 이 회사의 미래 전략과 최신 제품, 서비스를 공개하는 연례 행사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2009년 행사에는 이동통신사, 콘텐트 사업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취재진 등 전 세계에서 2000여 명이 모였다. 한 회사의 행사라지만 세계 최대 업체의 행보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노키아는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애플 앱스토어와 겨뤄보겠다던 오비스토어는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나온 지 20년이 넘은 심비안은 안정성은 탁월하지만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최신 기능에서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신흥강자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절대 강세를 보이던 저가폰 시장은 중국 ZTE 같은 경쟁자에게 내주고 있다. 그 결과는 추락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08년 2분기 40%를 넘나들던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31%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삼성은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는 노키아의 스마트폰 플랫폼인 ‘심비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4분기 44.4%에서 1년 만에 30.6%로 곤두박질쳤다고 집계했다. 반면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같은 기간 8.7%에서 32.9%로 급상승했다.
 
핀란드 순혈주의 깨고 변신 승부수
급기야 지난해 9월에는 칼라스부오가 CEO에서 물러났다. 노키아를 휴대전화 세계 1위로 만든 요르마 올릴라 회장도 스스로 2012년 퇴임하겠다고 밝혔다. CEO 자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인 엘롭이 이어받았다. 그는 핀란드 국적이 아닌 첫 노키아 CEO다. 취임 후 넉 달 동안 노키아의 상황을 점검한 엘롭의 선택은 ‘불타는 플랫폼에서 벗어나기’다. 그는 “경쟁사들이 노키아의 플랫폼에 불길을 던지는 동안 우리는 뒤로 물러서 대세를 놓쳤다”며 “시장 점유율만 잃은 게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잃고, 시간도 잃었다”고 말했다.

 엘롭은 1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MS와의 전략적인 제휴를 선언했다. MS의 스마트폰 플랫폼인 ‘윈도폰7’을 심비안과 함께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도와 내비게이션을 MS에 제공하는 대신 검색엔진은 MS의 빙을 쓰기로 했다. 오비스토어도 MS의 윈도마켓플레이스로 통합한다. 노키아가 독자 플랫폼이 아닌 외부 업체의 운영체제를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능한 한 빨리 심비안을 윈도폰으로 바꿀 예정이다.

 ‘마이크로키아’(MS+노키아)의 앞날은 미지수다. MS와 노키아의 사정도 다르다. MS는 윈도7으로 PC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터줏대감이다. 비디오게임기인 엑스박스를 출시해 초반의 부진을 딛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누른 경험도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윈도모바일이 애플과 구글에 밀렸고, 새로 내놓은 윈도폰7도 초반 기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무시할 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의미다. 삼성·LG·HTC 등이 이미 참여하고 있는 윈도폰7 진영에 업계 선두인 노키아까지 끌어들였다. 애플·구글을 향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칠면조 두 마리 모인다고 독수리 되나”
하지만 노키아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이다. 단기적으로는 힘을 쓰지 못하던 북미 시장에서 MS의 후광을 업고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유럽 통신업체들도 심비안 대신 윈도폰7을 팔 수 있다고 환영하고 있다. 문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신시장의 절대 강자 자리에서 내려와 수많은 제조업체의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독이 든 성배’를 마셨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구글의 빅 군도트라 부사장은 “칠면조 두 마리가 모인다고 독수리가 되지는 않는다”고 트위터에 썼다. 투자자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제휴를 발표하자 핀란드 증시에서 노키아 주가는 하루 만에 14% 이상 떨어졌다. IT 전문 온라인 매체인 인가젯은 “심비안 고이 잠들다(RIP Symbian)”라고 제목을 뽑았다. 노키아 본사 직원 1000여 명은 심비안 포기와 정리해고 계획 발표에 항의해 집단으로 조퇴했다.

 두 회사의 동맹이 현실화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드로이드’(삼성+안드로이드), 마이크로키아의 3파전 양상으로 변했다. 삼드로이드는 MS와 인텔이 1990년대 PC 시장을 주도하면서 ‘윈텔’이란 별명을 얻은 것에 빗댄 말이다. 이달 초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시장분석업체인 플러이애널리스틱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삼성이 애플 아이폰에 대항하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갤럭시S의 세계적인 히트로 지난해 4분기부터는 삼성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HTC와 모토로라 등을 압도하고 있다. 삼성은 부품 쪽에서도 잘 나간다. 모바일용 프로세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까지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다. 여기에 구글의 개방형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얹게 되면서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았다.
 
MWC서 벌어질 전초전 결과 관심
삼드로이드의 부상과 마이크로키아 동맹의 결성으로 14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휴대전화 시장의 앞날을 가늠하는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유럽 통신업체 주도로 열리는 MWC는 모바일 분야의 첨단 기술과 신제품을 선보이는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관련 전시회다. 원래 3GSM으로 출발했으나 2008년부터 MWC로 이름이 바뀌었다.

 올해 행사에는 200여 개국, 1360개 업체가 참가하며 관람객도 6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은 이번 전시회에서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화질을 개선한 4.3인치 수퍼아몰레드플러스 디스플레이, 최신 안드로이드 2.3버전(진저브레드)을 채용한 갤럭시S2(코드명 세느)를 내놓는다. 안드로이드 3.0버전(허니컴)을 탑재한 10인치 태블릿 제품인 신형 갤럭시탭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00만 대의 갤럭시S를 비롯해 갤럭시탭 200만 대, 자체 개발한 바다 플랫폼을 채용한 웨이브폰 500만 대 등을 판매했다. 지난해 MWC에 불참했던 노키아도 올해는 미고를 탑재한 N9과 심비안 스마트폰인 N8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외부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는 애플은 올 4월 아이패드2, 6월 아이폰5를 내놓을 전망이다.

 ‘빅3’에 끼지 못한 제조사들은 MWC를 반격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세계 최초의 듀얼코어 스마트폰인 옵티머스2X를 내놓았던 LG전자는 안경을 쓰지 않고 입체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옵티머스3D를 선보인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의 테그라2를 채용했다. 미국에서 G슬레이트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8.9인치 태블릿PC인 옵티머스 패드도 전시한다. 이 제품으로도 입체영상을 볼 수 있다. 모토로라는 안드로이드 2.2(프로요)를 탑재한 듀얼코어 스마트폰 아트릭스와 허니콤 기반의 10인치 태블릿 줌(Xoom)을 전시한다. 두 제품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HTC는 플라이어·피라미디·디자이어2의 삼총사로 다시 뛴다는 각오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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