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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쉬고 있는 고학력 여성들 직장으로 끌어내야 선진국 된다”

지난해 외무고시 합격자 중 60%는 여성이었다. 올해 신규 임용된 검사의 65.6%도 여성이 차지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두드러진 듯 보이지만,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3.9%(2009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똑똑한 딸’들이 많아졌어도 일부 전문직을 제외한 여성의 경제활동은 크게 늘지 않은 것이다.

여성의 연령별 고용률을 보면 또 다른 한계가 드러난다. 고용률이 29세 이전까지는 높아지다가 30~40대에 최저로 하락하는 ‘M자’형을 나타내는 것이다. 출산·육아 때문에 한참 일할 시기에 직장을 떠나는 여성이 많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자란 후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자리를 다시 찾는 여성들에게는 대개 임시직에 취직할 기회가 있을 뿐이다. 젊은 시절의 경력을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고학력일수록 역량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기는 더 어려워진다. 문제를 인식한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말 제2차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2011~2015년)을 발표하고 ‘고학력 여성 새로 일하기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국가 과제가 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엔 국내 최초로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이사장 전성철)의 ‘WLP(Workplace Learning & Performance) 아카데미’다. IGM이 기업의 문제 해결을 위한 워크숍·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을 ‘워크숍 전문가’로 양성해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1기 과정에서 12명의 수료자가 배출됐고, 이 중 7명은 IGM에 채용돼 전문코치 등으로 근무 중이다. 수료자들의 지난 경력은 화려하다. 15년간 전업주부였던 이은영씨는 경제학 석사 출신으로 다우케미컬코리아 등에서 근무했고, 7년간 전업주부였던 장덕선씨는 다국적 인력관리전문기업 아데코 코리아에서 일했다. 눈에 띄는 인물도 있다. 김자영(46·사진) 전 KBS 아나운서다.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교육을 마치고 IGM에 입사해 ‘제2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수석코치로서 기업의 문제 해결사로 활동 중인 그를 10일 만났다.

-어떤 일을 하나.
“워크숍을 디자인하고 전 과정을 진행하는 기획자라고 보면 된다. 기업 교육이 중요한 화두가 됐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일방적인 강의 전달에 그쳤다. 업무 현장과 단절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통을 중심으로 하는 워크숍이 필요하다. 이때 참석자들이 생각을 잘 모아서 끄집어내도록 돕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왜 새로운 일을 선택했나.
“방송 현장에 있다보면 강의 기회가 많다. 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시작한 강의가 공무원·전문직으로 확장됐다. 조직이나 기업 내 교육에 대한 공부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워크숍 전문가라는 일이 방송과 비슷한 점도 있다. 토론을 떠올려보면 된다. 토론의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언급해주고,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발전적으로 엮어나가는 것이 사회자이지 않나.”

-워크숍 전문가가 되기 위해 어떤 교육을 받았나.
“혹독하게 공부했다. 처음엔 3주간 주말에 8시간씩 기초과정을 들었다. 이후엔 매일 9시간씩 한 달짜리 심화과정이었다. 약식이지만 집중적인 MBA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강의를 듣는 건 기본이고 매주 텍스트 읽고 독후감도 냈다. 실전 같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신랄한 평가도 받았다. 고3 수험생을 둔 분이 한 명 계셨는데, 아들보다 더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

-코치라는 명칭은 어떻게 붙은 건가.
“코칭(coaching)이라는 자기계발법이 있다. 개인의 잠재력을 찾아 성과를 내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건데, 우리는 기업의 문제 해결을 돕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의미의 코칭을 하는 거다. 기업의 주치의 개념이다.”

-주로 다루는 기업의 고민·문제는 어떤 것들인가.
“많은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20여 개 주제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조직 내 소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객과의 관계는 어떻게 잘 이끌어갈 것인가 등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경영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달라.
“돈가스·떡갈비 등을 만드는 육가공 제조회사인 야미푸드의 워크숍을 주재했다. 소통이 주제였다. 직원 간의 이해를 키우고 업무 전달의 효율성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참석자 전원이 발표·토론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워크숍 과정 자체가 소통의 시작이 됐다. 상사와 직원 간의 멘토-멘티 활성화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건 물론이다.”

-IGM은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을 ‘워크숍 전문가’로 양성했다. 출산·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여성들의 새 일 찾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내 경우는 프리랜서 방송 일을 계속 해왔다. 경력을 전환한 사례로 보는 게 맞다. 하지만 함께 교육을 받고 일하는 분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씩 경력 공백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전혀 녹슬지 않았다. 오히려 일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어려운 도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훨씬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고학력 여성을 위한 일자리는 거의 없다. 방과 후 교사나 학원 강사로 여성 인력을 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화려한 경력을 가진 분들의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다. 이런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몇 년을 쉬었더라도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사회에 기여하면 선진국에 빨리 도달 할 수있을 것이다. ”

-일을 해보니 어떤가.
“현장에 나선 지 이제 석 달째다. 여성의 능력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언어 능력이나 소통 능력은 여성이 좀 더 뛰어난 분야 아닌가. 또 피교육자 대부분은 남성이기 때문에 딱딱한 강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도 여성이 기여할 부분이 많다.”

IGM의 ‘WLP 아카데미’는 18일 2기 모집 설명회를 열고 ‘워크숍 전문가’ 양성에 다시 나선다. 이번에도 고학력 경력 단절 주부를 주요 교육 대상으로 한다. 교육비는 없지만 3주간의 기초과정을 통과해야 매일 9시간씩 이어지는 한 달 심화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1기 때도 500명의 지원자 중 여러 단계를 거친 끝에 12명의 수료자만 배출됐다. 심화과정에 접어들면 이후 3달간의 교육·수습과정에 장학금도 지급된다. 1기 수료자 대부분은 IGM에 채용돼 새 일을 시작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육과정을 수료한 여성인력들을 중견기업 등에 추천해 다양한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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