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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만으론 소용없다 … 배운 거 써먹는 스킬이 더 중요

Q.이 시대의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열중하지만 취업은 만만치 않습니다. 창업가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모두 창업을 할 순 없지 않습니까. 왜 우리 사회에선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가 나오지 않나요.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요.

경영구루와의 대화<5>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③

A.디지털 시대의 인재상은 아날로그 시대와는 다릅니다. 단적으로 디지털 시대에는 실력이 부족한데 일만 열심히 하면 몸담은 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나라까지 망하게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일찍 출근해 밤늦도록 한눈 팔지 않고 일만 하는 회사형 인간이 칭송받는 시대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도 성실하다고 성과가 더 좋은 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방법론이 바뀌었기 때문이죠. 과거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볼’(COBOL)을 쓰던 세대는 밤샘하면서 열심히 프로그램을 짜야 성과가 좋았습니다. 그땐 기술도, 사용자의 요구 수준도 낮아 한 줄 한 줄 일일이 코딩하면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마치 레고 블록을 쌓아 장난감 자동차를 만들 듯이 웹서핑을 해 여기저기서 적절한 프로그램 모듈을 찾아 조합해야 합니다. 또 과거엔 버그가 생겨도 작업한 본인이 아니면 원인을 알 길이 없었죠. 지금은 남들이 이미 검증한 것을 재구성하기 때문에 버그가 적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짜면 프로그램의 라인 수가 줄어들어 하드웨어 자원의 투입도 줄일 수 있어요. 바로 디지털 시대의 매직이죠.

디지털의 세계는 0과 1의 2진법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까. 0 아니면 1, 말하자면 ‘도’ 아니면 ‘모’예요. 아날로그 시대엔 목표를 92%, 95% 달성하면 상위 그룹에 속했었죠. 디지털 시대의 92점, 95점짜리는 1이 아니라 0입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1의 인재’를 원해요. 그러니 한 분야에서만이라도 완벽한 실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죠. 이런 인재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길러집니다. 또 프로젝트 수행 능력으로 입사 여부가 결정되고 보수도 정해지죠. 그런 인재를 양성해 생태계를 지원하려고 21년 전 비트교육센터를 만들었습니다.

문과 출신이든 이과 출신이든 실용적인 프로젝트를 해 봐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는 것이 독서와 수업을 통해 쌓는 지식보다 훨씬 많고 더 충실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과연 창의적 인재인지 스스로 진단해 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의욕도 생기죠.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 픽션이 가미됐겠지만,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어떻게 보면 홧김에 페이스북의 원형인 온라인 앨범을 만듭니다. 이 프로젝트가 대박으로 연결된 것이죠. 하버드대학에 천재가 주커버그 한 사람뿐이겠어요? 다른 천재들과 그의 차이점은 프로젝트를 해봤다는 겁니다.

대학생들은 문과·이과를 떠나 자신이 쌓은 지식이 1의 가치를 만들어 낼 만한 것인지 또는 0.7, 0.8짜리인지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점검해 봐야 합니다. 이 시대의 인재는 배운 것을 토대로 무언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과 과제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 수단이 바로 프로젝트죠.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에게 스펙보다 스킬을 요구합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이 구직난 시대에 대기업에서조차 신입사원의 30%가 1년차 때 이직을 합니다. 스펙만 보고 사람을 뽑았기 때문이죠. 국내 유수의 한 반도체 회사는 해마다 소수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채용하는데 1년이 지나면 절반 정도가 남는다고 합니다. 실력이 부족해 회사를 떠나거나 개발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다른 부서로 옮기기 때문이죠. 기업은 기업대로 직접 비용에 시장의 기회 비용까지 날리는 거예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수의 대기업들이 요즘은 스펙 기준이 아닌 방식으로 채용의 틀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스펙 좋다고 프로그램을 잘 짜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학점, 토익 등 스펙을 높이는 데는 꼬박 4년이 걸리지만 스킬은 1년만 열심히 하면 제대로 쌓을 수 있어요. 청년실업이 극심하지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구인난이 심각합니다.

외람되지만 저는 비트스쿨 출신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 1’의 완벽한 인재상에 부합한다고 봅니다. 비트스쿨 출신은 평생 취업률 100%에 90%가 입도선매(立稻先賣)됩니다. 논바닥에 서 있는 벼를 미리 돈 받고 팔듯이 수료도 하기 전 직장이 결정되죠. 교육비도 기업이 부담하는데 그만큼 인력난이 심하다는 방증입니다.

좋은 교육의 세 가지 요소는 좋은 강사, 좋은 학생, 좋은 환경입니다. 비트스쿨은 4년제 대학 컴퓨터공학과나 관련학과 출신이 평균 약 6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옵니다. 재학 시절 800시간 이상 전공과목을 이수했고 프로그램 코딩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죠. 그런 인력이 반년 동안 S대 컴퓨터공학과 석·박사인 강사들의 가이드를 받아 1800시간 자기계발을 합니다. 지도가 아니라 가이드라고 표현한 건 우수한 동료집단과의 그룹 스터디를 통해 스스로 익히기 때문입니다. 교육 기간 동안엔 휴일도 없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때면 “여러분은 비트라는 절에 시한부 출가를 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수료 전에 국내외적으로 최초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일주일에서 길게는 석 달까지 교육기간을 연장합니다. 팀별로 발표를 하는데 절반가량의 팀이 여기서 탈락합니다. 그러면 다시 작품을 보완해야 되죠.

하나 더, 이 사람들에게 저는 뚜렷한 국가관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취업은 보장돼 있으니 대한민국을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만들어 가는 창의적 인재가 되라고 요구합니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논어의 첫 구절입니다. 그런데 2500년 전 농경사회에서는 인문학이 첨단이었을 거예요. 농사 안 짓고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선망의 대상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책에서 익힌 지식으로 정치도 하고 용병술도 펼쳤죠.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학문이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경하지만 이 시대엔 미래지향적으로 학이시습지의 ‘습’을 ‘용(用)’으로 바꿔야 합니다.

스펙을 높이기 위한 학습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입니다. 배운 것을 때때로 써먹고 무엇이든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아야 비로소 즐겁죠.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 낸다면 취업을 걱정할 필요도 없죠. 고용노동부에서 보수 받는 청년고용 홍보대사로서 하는 말입니다. 스펙 경쟁을 포기하고 스킬을 높이면 청년 실업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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