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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세찬 물살 속 헌법 방향타 잡아야







신 평
경북대 교수·한국교육법학회장




헌법재판소(헌재)가 1988년 설립된 이래 22년을 넘었다. 잘한 일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편적인 평가를 떠나 헌재가 있기 전의 헌법의 현실 적용과 설립 후의 그것을 비교해 보자. 설립 전에는 헌법은 그저 고상하고 지당해 보이는 원칙을 선언하는 규범에 불과했다. 우리 손에 잡을 수 없는 구름과 같은 존재였다. 벽에 걸린 장식물과 같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헌재가 수많은 판례를 숨가쁘게 쏟아내면서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헌법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존재로 우리 앞에 다가왔던 것이다.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아름다운 가치들이 헌법 속에서 힘차게 살아 숨쉬고 있음을 목격했다. 헌재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일으켜 온 변화는 한국 현대사에서 일어난 가장 극적인 변화의 모습 중 하나다. 한국 법학은 이를 바탕으로 ‘식민지 법학’의 후진성을 극복하고, 독자적이고 당당한 자세를 갖게 됐다.



 헌재 안에 헌법재판연구원(헌재연구원)이 최근 문을 열었다. 헌재연구원은 헌법 및 헌법재판에 대한 연구와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연구원은 바로 헌재의 ‘싱크 탱크’임과 아울러 다른 한편으로는 로스쿨 시대를 맞아 로스쿨생들의 헌법교육에 대단히 유용한 역할을 할 것이다. 헌재연구원의 설립은 그동안 헌재가 가져왔던 숙원 중 하나였다. 헌재는 연구원을 갖춤으로써, 더욱 확실한 걸음걸이로 우리 사회의 가장 지고한 가치를 담은 헌법을 활성화시켜 나갈 수 있게 됐다.



  새해를 맞은 우리 국민들은 국가나 정부에 많은 기대를 건다. 헌재에 거는 기대도 적지 않을 것이다. 헌재의 싱크 탱크인 헌재연구원은 엄숙한 마음가짐으로 이를 숙고하며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세찬 물살을 타고 급변하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헌재가 더욱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도록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뜻하지 않게 최근 개헌 문제와 관련해 헌재가 하는 역할을 대법원에 합쳐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답답한 일이다. 헌재가 우리 사회에 남겨온 소중하고 빛나는 자취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데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제 헌재는 헌재연구원의 발족으로 큰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앞으로 보다 더 치밀한 정성을 기울여 우리 국민의 기본권을 철저히 보장하고, 한국이 세계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게끔 입헌주의와 법치주의를 고양시켜 나가는 데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신 평 경북대 교수·한국교육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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