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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맘껏 쇼핑하면 삶이 행복해질까 … 분업이 일의 효율성 높일까









경제 심리학

댄 애리얼리 지음

김원호 옮김

청림출판, 447쪽

1만8000원




요즘 경제·신경과학·심리학 분야 등 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게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비이성’이다. 그 동안 자유시장주의 경제 시스템은 ‘사람들이 최선의 선택을 하며 시장은 자정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전제 하에 굴러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사람이 합리적인 존재라는 믿음이야 말로 착각이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인가. 신간 『경제 심리학』은 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분노 앞에서는 학식도 무용지물이 되고, 모든 것을 다 잃어가며 복수를 하는 인간 아닌가. 새 상품을 사면 오랫동안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끊임없이 사들이는 모습도 비합리적 행동의 주요 사례다. 댄 애리얼리 교수는 비합리적인 속성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인간 관계를 맺고 각종 정책을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중앙포토]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커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이 감정에 쉽게 흔들리며 주먹구구식으로 판단하는 존재라는 이론을 도출했다.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인 댄 에리얼리가 쓴 이 책 『경제 심리학』(원제 『The Upside of Irrationality』)도 정확히 이 맥락 위에 있다. 경제학과 교수면서 경영대학원, 신경과학과, 의대 등에 두루 적을 두고 있는 그는 먼저 쓴 『상식 밖의 경제학』(원제 『Predictably Irrational』·2008)에서 인간이 ‘불완전하고 비합리적인 존재’며 그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그가 집중하는 주제는 인간의 비이성이다. 다만 이것을 바라보는 관점의 각도를 틀었다. 인간의 비이성에도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람은 비이성 덕분에 산다고까지 말한다. 완벽하게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에 새 환경에 적응하고, 다른 사람을 믿고, 자신의 일을 즐기기도 하며, 자녀를 더욱 사랑한다는 것이다. 비이성의 복잡한 작용을 이해하면 오히려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에리얼리 교수의 주장이다.



 책은 인간의 비이성이 어떻게 인생의 다양한 부분, 즉 데이트 상대의 선택, 일터에서의 동기의식,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집착, 적응력과 복수욕 등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핀다.



금융 CEO가 받는 거액의 연봉이 합리적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한 실험이 그 중 하나다. 높은 보상이 높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갔다. 그는 “인센티브는 양날의 칼과 같다”고 말한다.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까지는 성과를 높이지만 매우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높이고 집중력을 떨어뜨려 성과를 저해한다는 설명이다. 거액의 보너스를 받고 싶은 사람의 욕구가 아무리 높아도, 사람이 자신의 두뇌활동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일을 시키는 데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도 있다. 예컨대 어떤 과제를 주고 완수하면 똑같이 보상을 주되 작업자가 보는 앞에서 그가 완수해온 작업물을 파기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생산성은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부하직원들의 의욕을 꺾고 싶다면 그들이 해온 일을 그들의 눈앞에서 파기하라.” 애리얼리 교수의 조언이다. 일하면서 인정받을 때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한 대목이다. 인간이 감정적인 존재며, 일에 부여하는 의미가 일하고자 하는 욕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덤 스미스가 주창한 ‘분업의 효율성’도 맞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나치게 분업을 추구하면 직원들이 큰 그림을 보지 못하며, 목적의식을 상실하고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복수심에 담긴 비이성을 분석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무례도 사람들의 복수심을 유발할 수 있으며, 사람들은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복수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 편으로는 이런 복수의 위협이 사회의 협력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단다. 기업들이 고객불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다. 쇼핑은 ‘쾌락의 쳇바퀴’에 빠져 있는 인간을 비춰준다. 사람들은 자신이 쾌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는지를 모르는 채 새 상품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끊임없이 물건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적응력이야말로 인간이 고통이나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해주는 강력한 동인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결론은 속이 좁고, 근시안적이며, 편견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인간의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 기술이나 경제 시스템, 기업경영과 인간관계도 이같은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이해 위에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 같은 그의 시각은 정통 경제학의 이성적 인간관에 대항하는 학문적 견해로,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듬어 안는 철학적인 입장으로 읽힌다. 



 책에는 전신화상을 당하고 겪은 고통 등 지은이의 개인적인 경험도 상당 부분 실렸다. 군더더기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사람의 ‘비이성’을 통해 자신과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그의 통찰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곱씹을만한 생각거리를 담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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