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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달콤한 초콜릿 뒤엔 노예들의 모진 노동 있었다









나쁜 초콜릿

캐럴 오프 지음

배현 옮김, 알마

416쪽, 2만2000원




“예나 지금이나 지위가 낮은 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특권층의 사치품…수 천 년동안 하층계급의 고된 노동에 의해 채워졌던, 지배계급의 갈망의 대상.”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초콜릿이 그 주인공이다. 책은 캐나다 언론인이 아프리카며 중미 등지로 발품을 팔고, 사료를 뒤져내 이 달콤쌉싸름한 과자의 기원과 확산 과정, 제품 개발 등 문화· 사회사를 정리한 것이다. 한데 전 세계 카카오 원두의 절반 가량을 생산하는 서부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 방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을 읽고나면 책 제목(원제는 ‘쓰디쓴 초콜릿(Bitter Chocolate)’이다)을 이해하게 된다.



 3000여 년 전 중앙아메리카의 올메크 족이 야생 카카오를 가공해 옥수수와 섞어 먹은 것이 초콜릿의 시작이었다. 이 ‘카카오 물’을 뜻하는 ‘카카후아틀’이, 에스파냐의 코르난데스가 아스텍 문명을 정복한 16세기에 유럽으로 건너갔다. 현지에서도 원기를 돋우는 고급 식품으로 인식돼 왕과 귀족들만 즐기던 카카후아틀은 단번에 유럽 상류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 과정에서 ‘초코아틀’로 이름이 바뀌었다.



 수요가 늘자 포르투갈은 카카오 재배를 위해 앙골라에서 300만 명을 아메리카로 ‘수출’했다. 카카오 농장의 일꾼으로 계약했지만 사실상 노예였다. 그러니 18세기 유럽에선 초콜릿하우스가 커피하우스와 더불어 계몽사상의 요람이 되었지만 실은 자유· 인권· 정의를 논하던 계몽사상가들이 마시던 초콜릿은 노예들이 피땀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같은 사정은 현대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코트디부아르는 세계에서 외채가 가장 많은 나라에 속해 1989년 IMF의 구조조정 처방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결과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하루종일 중노동과 학대에 시달려야 했다. 초콜릿 농장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코트디부아르 어린이가 “여러분은 내 살을 먹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다국적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지은이에 따르면 유기농산물 붐과 공정무역이 등장했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정무역 라벨까지 붙은 ‘마야 골드’라는 명품 유기농 제품으로 이름난 영국의 그린&블랙스 사의 판 초콜릿은 개당 1.60파운드에 팔리지만 그 원료를 생산하는 중앙아메리카 벨리즈의 농민에게는 그 4%도 안 되는 6펜스가 돌아간다. 공정무역이나 윤리적 소비의 궁극적 목적이 개발도상국 농민을 돕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 소비자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지은이의 지적이다.



 책이 ‘정치적’인 것만은 아니다.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의 정부로 이름난 퐁파두르 부인이 당시 최음제로 알려진 카카오를 자신의 성기능 장애 치료제로 사용하다가 초콜릿 중독자가 되었다든가 2차 대전 때 미국의 허시 사가 초콜릿이 고열량 식품이란 점을 들어 정부를 설득해 초코바를 전투식량으로 납품해 호황을 맞은 일화 등 ‘이야기’도 풍성하다.



 14일이면 영국 초콜릿회사가 시작한 밸런타인 데이다. 초콜릿을 선물하기 전에 한 번쯤 ‘카카오를 따는 손’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최근에 나온 『바나나』(이마고) 『커피의 정치학』(수북) 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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