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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서양이 동양을 깔볼 수 있던 유일한 잣대, 과학기술









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

마이클 에이더스 지음

김동광 옮김, 산처럼

652쪽, 3만5000원




제철기술자 출신 영국인 존 배로는 1804년 중국 여행기를 썼다. 1793년 건륭제를 만나 통상을 요구한 매카트니 사절단을 수행한 경험이 바탕이다. 사절단은 건륭제로부터 통상을 거절당한 것은 물론 계속 문제를 일으키면 변비치료제인 대황의 수출을 금지해서 변비의 고통을 안겨주겠다는 위협까지 들어야 했다. 배로는 처음에는 중국에 감탄했다. 베이징이 유럽 어느 도시보다 깨끗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라고 칭송했다. 중국인의 친절함, 정직함, 근면함, 그리고 재능을 칭찬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물질문명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그는 신랄한 비판자로 변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선박 만드는 솜씨가 떨어졌으며, 항해 기술도 낡았고, 생산 도구의 제조기술도 형편없었다. 그러면서 중국의 단순한 기계류를 자신이 일하던 영국의 복잡한 기계와 비교했다. 과거 나침반을 발명했던 중국의 과학기술이 유럽보다 훨씬 떨어졌으며, 200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고 여기면서 중국을 경멸하기 시작했다.



 이는 배로의 생각일 뿐 아니라 근대 이후 서양이 동양을 보는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은이는 이를 ‘과학기술 결정론에 입각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평가한다. 어떤 사회가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그 사회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미국 러트거스대 역사 교수인 지은이에 따르면 15세기 해외 평창에 나선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서양에선 이런 풍조가 도도하게 흘렀다.



유럽인 탐험가들과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마주친 사회의 도구와 무기, 그리고 토목공학 기술을 서양과 비교하면서 자신들의 과학기술 성과를 문명 발달의 척도로 삼았다. 서양의 일본 평가도 마찬가지다. 흔히 일본을 정제되고 고아한 문화를 발전시킨 문명국으로 칭송하지만 이는 일본이 서양 과학기술을 빠른 속도로 흡수한 것을 바탕으로 판단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문제는 서양인들이 과학기술에서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이를 인종적 우월감이라는 망상으로 키워갔다는 점이다. 이는 노예무역·인종차별·식민지화·유럽패권추구의 바탕이라고 했다.



 이런 생각에 결정적 타격을 준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다. 과학기술로 개발된 수많은 무기에 의해 인간이 서로를 기계적으로 다량 살육하는 비극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우리의 문명과 가치를 측정할 새로운 척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척도를 찾는 것은 우리에게 남은 숙제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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