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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203) 쉬베이훙



▲1950년 1월 초대 중앙미술학원 원장에 취임한 쉬베이훙은 치바이스를 다시 교수로 초빙했다. 학생들에게 시범을 보이는 치바이스. 김명호 제공

고수 알아본 쉬베이훙, 목수 출신 화가 교수로 모셔



치바이스(齊白石·제백석)는 원래 목수였다. 나이 30이 되어서야 시와 글씨를 익히고 그림도 배웠다. 쉬베이훙이 장비웨이와 일본으로 도망간 바로 그해에 고향을 떠나 베이징으로 이사했다. 1917년 53세 때였다.



당시 베이징 화단은 옛 그림 모방에 능한 사람들의 독무대였다. “목수 출신 주제에 시·서·화를 논한다”며 치바이스를 화가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림에 속기가 넘친다, 천박하기가 이를 데 없다. 아무리 본 게 없어도 개구리나 민물새우로 화선지를 더럽히고, 병아리까지 등장시키다니 어이가 없다”는 비난은 점잖은 편에 속했다. 술 냄새 풀풀 풍기며 “부부싸움하다 문짝이 부서졌다. 손 좀 봐달라”고 찾아오는 화가들도 있었다.



1928년 4월 프랑스에서 10년 만에 귀국한 쉬베이훙은 치바이스의 그림에 흥미를 느꼈다. 극찬하는 글을 발표하고 가는 곳마다 작품에 관해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쉬베이훙을 취재하러 왔던 기자들은 “소재가 풍부하고, 자연의 오묘함을 한눈에 보는 듯하다”고 치바이스의 그림을 칭찬하는 소리만 듣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전시회 구석에 박혀 있는 치바이스의 작품을 발견한 쉬베이훙이 책임자를 불렀다. 한가운데에 위치한 자신의 작품 옆에 치바이스의 그림을 걸게 하고, 8원(元)이라고 붙어 있는 가격표에 동그라미를 한 개 추가했다. “쉬베이훙이 정한 가격”이라는 쪽지를 써 붙였다. 쉬베이훙의 작품은 70원이었다. 치바이스의 그림 값이 하루아침에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듬해 가을, 베이핑대 교장이 쉬베이훙을 ‘베이핑 예술학원’ 원장으로 초빙했다. 쉬베이훙은 부임과 동시에 교원 심사를 단행했다. 엉터리 선생들을 학교에서 내쫓고 치바이스의 집을 찾아갔다. 백발이 성성한 66세의 노인은 32살이나 어린 원장을 스승처럼 대했다. 시와 그림을 논하며 가을 밤을 꼬박 새웠다. 새벽녘에 쉬베이훙이 교수로 와줄 것을 청하자 “남을 가르치기에는 너무 늙었다. 귀가 어둡고 눈이 잘 안 보인다. 교수는 책임이 막중하다. 귀한 집 자제들이 목수에게 배운다는 치욕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은인의 명령에 따르지 못함을 용서해 달라”며 완곡히 사양했다.



삼고초려가 무색할 정도로 찾아오자 치바이스가 진심을 털어놨다. “나는 목수 출신이다. 학교라곤 다녀본 적이 없다. 교단에서 남을 가르친 경험도 없다. 교수들끼리 분란이 발생하고, 학생 소요가 일어날까 두렵다.”



쉬베이훙은 일축했다. “교수의 자격은 진실과 실학이다. 출신은 따질 필요가 없다. 서양 유학을 마친 사람 중에는 나를 포함해 허명만 등에 지고 돌아온 사람이 많다. 전통과 민간 회화의 기교를 융합해 독특한 풍격을 창출한 예술가는 선생밖에 없다. 학생들도 배우고, 나도 배우겠다.” 치바이스는 수락했다.



베이징 미술계는 보수파의 수중에 있었다. 쉬베이훙은 온갖 악소문에 시달렸다. 결국 치바이스를 건드리지 않는 조건으로 6개월 만에 원장 직을 사퇴하고 베이징을 떠났다.



치바이스가 쉬베이훙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름 앞에 국화대사(國畵大師)나 인민예술가라는 호칭이 붙을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쉬베이훙은 치바이스의 백락(伯樂)이었다.



푸바오스(傅抱石·부포석), 장다첸(張大千·장대천), 장자오허(蔣兆和·장조화), 우쭤런(吳作人·오작인) 등 20세기 중국화단의 대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쉬베이훙이 없었더라면 가짜 그림 만들어 팔다 얻어 맞고 골병이 들었거나, 성냥갑이나 애들 사탕 포장지 그리며 일생을 마쳤을지 모른다.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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