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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감시 잘해야 일류시민 된다 ① 마구잡이 건설로 세금 줄줄 샌다





130억짜리 태백체험공원, 연 수입은 250만원 …
시장·군수 ‘업적 강박증’에 세금 마구 써 …
공무원도 “헛돈” 반발
5년째 휴관 산청박물관



김민환 전 군의회 의장



경남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경호강을 굽어보는 곳에 기와 지붕을 인 2층 건물이 있다. 입구에 ‘휴관입니다’고 쓴 안내판이 놓였다. 2007년 4월에 완공됐지만 하루도 개관하지 못한 산청박물관이다. 사업비 20억원이 고스란히 땅에 묻힌 현장이다.



 박물관 바로 밑에 ‘ㄷ’자형 한옥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관이다. 역시 2년째 비어 있다. 조성제 문화관광과장은 “산청 출신의 목조각장이 운영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건립 예산 19억원 가운데 군비는 13억원이다.



 박물관과 전수관은 생초국제조각공원 내에 있다. 3만2000㎡ 넓이의 공원에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코스타리카 등 국내외 작가의 조각품 27점이 전시돼 있다. “1999년, 2003년, 2005년 산청국제현대조각 심포지엄을 열고 참여 조각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예산 22억원 중 군비는 10억원이다.



취재진이 찾은 5일 오후 조각공원과 전수관, 박물관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산청군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52)씨는 “박물관은 차라리 식당에 임대를 주고, 한옥으로 지은 전수관은 사찰로 쓰라고 비아냥거리는 주민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단체장들이 재임 기간 중 뭔가 남기고 싶어하는 게 문제”라며 “차라리 농사 장비를 지원해 주는 게 피부에 와닿는 행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청군 인구는 3만5000여 명이다. 30%가량이 65세 이상이다. 군 예산은 3212억원, 이 가운데 지자체 수입은 300억원대다. 재정자립도 14.1%로 전국 평균(50.2%)을 크게 밑돈다. 그런데도 문화 시설은 19개다. 한의학박물관 등 7곳은 개관 중이고, 산청박물관 등 2곳은 휴관,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등 10곳은 건립 중이다.



군 규모에 비해 너무 많다. 그 이유가 뭘까. 산청은 산이 80%인 산촌이다. 군청은 관광에 역점을 뒀다. 관광사업으로 국비를 따오는 것이 군수의 업무가 됐다. 김 전 의장은 “산청박물관이 저 상태로 개관하면 관람객 없이 관리비만 날릴 것이다. 그러니 문 여는 게 더 큰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권순영(78) 전 군수는 투병 중이라 접촉이 불가능했다. 권철현 전임 군수는 “유물수가 100점 이상이 돼야 박물관 요건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고 시인했다. 권 전 군수는 그러나 “추가 예산을 들여 발굴을 하든, 유물을 기증 받든 개관 요건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대 이원희(행정학) 교수는 “지방 재정에 책임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자체 수입이 없으니 중앙에 가서 돈을 타와야 하고, 그 돈을 낭비해도 ‘우리 돈이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사업성 없음’에도 75억 또 퍼부어 …

국비 따와 ‘우리 돈 아니니까’ 무조건 짓고 보자



불 꺼진 태백체험공원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3만㎡ 부지의 절반은 텅 비었다. 축구장 18배 면적에 운영 중인 전시관은 단 두 곳. 그곳에서도 사람 흔적은 없었다. 전시실 대부분은 불이 꺼졌다. 지난해 12월 30일 찾은 태백체험공원(강원도 태백시 소도동)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이날 하루 관람객은 김옥주(48)씨 가족 3명이 전부였다. 관람객 김씨는 “체험공원인데 체험할 게 하나도 없다”며 “삽으로 석탄이라도 한번 퍼보게 만들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외진 곳인 데다 교통도 불편해 오기 쉽지 않았다”고 김씨는 지적했다.



 “관람객이 100명 넘는 날도 있습니다.”



 태백시청 체험공원팀 윤순석 팀장의 해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루 평균 12명이 입장했고, 수입은 250만7000원에 불과했다. 2006년 개원 당시의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연간 운영비는 8000만원 선이다. 상근 공무원 5명의 인건비는 별도다. 윤 팀장은 “부지 일부를 민간에 이양하는 대책을 세웠지만 지어놓은 숙박시설에도 손님이 거의 없어서 민간업자가 인수를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체험공원은 광업촌의 역사를 보존하고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조성됐다. 비용은 130억원. 민간 투자 없이 국비와 지방비로 충당했다. 이문근 태백시의회 의장은 “계획 단계에서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하나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시의 의지가 이런 우려를 눌렀다. 이 의장은 “소도시 지자체는 ‘국비가 온다’고 하면 빚을 내서라도 일을 벌이려 한다”며 “사업성을 따지다가도 ‘국비 오니까’라고 무조건 추진하고 본다”고 전했다.



 이것도 모자라 태백시는 2009년 75억여원을 더 쏟아부었다. 확장 공사비다. 익명을 요구한 시 공무원은 “또 헛돈 쓴다”며 “본질적으로 수요가 없는데 확장한다고 달라지겠느냐”고 개탄했다. 태백시의 한 의원은 “(주민들이) 왜 세금 낭비에 분노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딱하다는 표정이다.



 석탄·화석과 관련한 유사 박물관이나 체험공원이 태백시에만 4개나 있다. 인근 영월군도 지난해 10월 ‘탄광문화촌’을 개장했다. 정선군도 탄광마을 조성을 검토 중이다. 태백상공회의소 함억철 사무국장은 “산업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하는데 관광산업에 올인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앙-지방 책임 미루다 허공에 뜬 2000억=2000억 예산이 들어간 국민안전체험테마파크는 개장 9개월을 앞두고 고사될 처지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서로 관리 책임을 미루고 있는 탓이다. 태백시 장성동의 공사는 이미 중단된 상태다.



 태백시 입장은 강경하다. 전국 규모의 공익 사업을 지자체에서 운영할 이유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시청 경영전략과 김진금 계장은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보조금까지 지급하겠다고 해서 수익성도 따지지 않고 시작했다”며 “이제 와서 시민 세금으로 전 국민의 안전교육을 담당하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함 사무국장은 “연간 운영비만 50억원 이상이 든다”며 “인구 5만 명인 태백시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부 역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소방방재청은 “지자체의 사업을 승인해준 것일 뿐 운영 책임은 당연히 지자체에 있다”며 “지자체 사업을 정부가 운영한 전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안전파크는 ‘테러와 재난에 대비한 교육의 장을 만들자’는 목적으로 2006년 첫 삽을 떴다. 현재 95만㎡의 부지에 5개의 체험관이 건립 중이다. 문제는 관리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태백시와 중앙 정부가 체결한 계약에는 ‘중앙이 관리한다’는 명확한 조항이 없다. 국비 유치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중요한 것을 제대로 짚지 않은 바람에 덤터기를 쓴 꼴이다. 서울과 대구의 안전파크는 모두 지자체가 운영 중이다. 한상우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장은 “시장·군수의 세금 낭비를 감시해야 할 의회가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주민이 직접 나서 참여예산, 소송 등의 예산감시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유바리시, 관광투자 올인하다 파산

빚 8800억원 … 공무원 월급 75% 깎여



해외 실패 사례




“우리처럼 되지 마세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夕張)시는 2007년 파산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공무원의 수는 절반 이하로, 월급도 많게는 4분의 1로 줄었다. 6개 중학교와 7개 초등학교가 각각 1개로 통폐합됐다. 1960년대 석탄 생산지로 번성했던 유바리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석탄 수요 급감 탓이다.



 79년 시장에 취임해 24년간 재임했던 나카다 데쓰지는 ‘탄광에서 관광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투자 유치에 나섰다. 초기엔 반짝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90년 이후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일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관광에 올인한 게 잘못은 아니다. 영화 ‘훌라 걸스’의 실제 모델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처럼 폐광 지역에서 관광지로 탈바꿈한 곳도 있다. 문제는 실정을 무시한 투자다. 유바리는 입지나 브랜드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도 무리한 투자를 유치했다. 게다가 공무원이 사업을 직접 맡았다. 그 결과 부작용이 속출했다. 관광객이 줄면 경영 합리화나 민영화, 콘텐트 강화에 눈길을 돌려야 하는데도 “계속 투자!”를 외치는 식이다. 6연임에 성공한 시장의 독주를 의회도 공무원도 막지 못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막판에는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분식회계까지 했다. 파산 직전인 2006년, 시 부채는 600억 엔(약 8800억원)으로, 연간 예산의 10배가 넘었다.



 서울보다 넓은 763㎢의 면적을 지닌 유바리시의 현재 인구는 1만1012명으로, 일본 도시 가운데 인구밀도가 가장 낮다. 인구의 43%가 65세 이상으로, 노령화 역시 일본 최고다. 무책임한 행정과 예산 낭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유바리시민들은 일본에서 가장 쓸쓸하고, 가장 늙고, 가장 가난한 도시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내며 살고 있다.



◆탐사부문=진세근·이승녕·고성표·권근영·남형석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공동기획=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도움말 주신 분=강기갑(민주노동당) 국회의원/권혁 부산 영도구의원/김민환(전 의장) 경남 산청군의원/김영수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김영주 충북도의원/김종대(도시건설위원장) 경남 창원시의원/김평호 법무법인 한울 변호사/서형원(의장) 경기도 과천시의원/신동화 경기도 구리시의원/윤영진 좋은예산센터 이사장/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처장/이광호(부의장) 경기도 남양주시의원/이문근(의장) 강원도 태백시의원/이성숙 부산시의원/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 교수/이원희 한경대 행정학 교수/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차진구 부산 경실련 사무처장/천우정 국회예산정책처 행정예산분석팀장/한상우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장/함억철 강원도 태백상공회의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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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02-751-5352∼4, dee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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