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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후발 기업이라도 1mm만 바꾸면 시장을 뒤집는다 … 퍼플오션 마케팅

“레드오션(Red Ocean) 뒤늦게 뛰어들다니, 곧 망하겠군.” 이런 우려를 가볍게 날려버린 기업들이 있다. 남들 다 하는 장사지만, 남들이 하는 것처럼 하지 않아 성공한 회사들이다. ‘레드오션’에서 자신만의 ‘블루오션(Blue Ocean)’을 개척한 이들의 승부수, 바로 ‘퍼플오션(Purple Ocean)’ 전략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에 답이 있다”고 입을 모은 이들 기업의 성공 요인에 대해 알아봤다.



김진경 기자









퍼플오션을 개척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소비자가 원하는 걸 정확히 분석해 상품과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상품에 이야기를 담아 파는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진 ‘더샘’, 아늑하게 쉴 수 있는 인테리어와 한국적 메뉴로 카페 시장 1위에 올라선 ‘카페베네’ 김선권 대표, 떡에 다양한 재료를 섞어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빚은’, 동양인 체형에 맞는 청바지로 해외 브랜드를 누른 ‘버커루’(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사진크게보기>





뒤늦게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에 뛰어든 ‘더샘’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8월 서울 명동에 1호점 문을 연 지 5개월 만에 전국 매장 수가 60개를 넘었다. 그간 매출은 60억원에 육박한다. 저가 브랜드숍 중 최초로 백화점 입점에도 성공하면서 더샘은 ‘퍼플오션(purple ocean)’ 개척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퍼플오션이란 치열한 경쟁 시장인 ‘레드오션’과 경쟁자가 없는 시장인 ‘블루오션’에서 유래한 말로, 포화상태인 기존 시장에서 발상의 전환이나 기술을 통해 만들어 개척한 새로운 시장을 뜻한다.



 화장품 업계는 브랜드숍 시장을 포화상태로 본다. 브랜드숍이란 단일 브랜드 제품을 비교적 싼 가격에 판매하는 화장품 전문점. 2002년 최초의 브랜드숍인 미샤가 문을 연 이후 전국 브랜드숍은 이미 5000개를 훌쩍 넘어섰다. 이 때문에 더샘이 브랜드숍 시장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업계에서는 ‘곧 망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뒤엎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독특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다. 더샘 서현정 팀장은 “아로마 오일의 경우 ‘고대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이 전쟁터에서 수염 관리를 위해 사용한 오일’과 같은 이야기를 넣어 판매한다”며 “단순 구매를 넘어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뛰어난 영업력도 한몫했다. 현재 더샘의 매장 중 40% 이상이 기존 브랜드숍에서 더샘으로 이전한 경우다.



 ‘카페베네’는 2008년 5월 커피전문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타벅스·앤젤리너스 등 기존 업체 사이에서도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우려가 나올 때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업계 최단 기록으로 300호점을 돌파했다. 현재 전국에 420여 개의 가맹점을 확보해 업계 1위로 올라섰다. 7월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해외 1호점을 낼 예정이다. 토종 브랜드가 예상을 뒤엎고 성공한 건 국내 커피 소비자의 독특한 취향을 읽어 낸 덕이다. 주로 매장에서 커피를 산 뒤 밖에 나가 마시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매장 분위기를 중시한다. 카페베네는 매장에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열거나 DJ가 음악방송을 하는 등 문화공간적 성격을 강화했다. 메뉴도 차별화했다. 여러 지역에서 난 원두를 섞어 커피를 만드는 방식과는 달리 한 지역에서 생산된 원두만을 이용한 ‘싱글 오리진 커피’를 내세웠다. 이것이 주소비층인 20∼30대의 명품 선호현상과 맞아떨어졌고, 매니어층도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이 회사 김선권 대표는 “처음 시장에 뛰어들 땐 주변에서 유명한 해외 브랜드를 가져오라는 충고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토종 커피 브랜드를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양대 김동환(무역유통학과) 교수는 “포화 시장이라 하더라도 소비자가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면 개척의 여지가 있다”며 “대신 선발 주자가 제공하지 못하는 편익을 내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선 정확한 소비자 계층을 정하고,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해야 한다. 패션업계에서 이런 점을 잘 이용한 게 청바지 브랜드 ‘버커루’다. 우리나라 청바지 시장은 약 1조원대로 규모가 크지만 리바이스·게스·캘빈클라인 같은 해외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었다. 버커루는 2004년 론칭하면서 ‘동양인 체형’을 공략했다. 서양인에 비해 다리가 짧고 엉덩이가 빈약한 체형을 보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집중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또 세련되고 깔끔한 기존 브랜드와 달리 1950∼6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독특한 워싱(청바지 특정 부위에 물을 빼 디자인하는 것) 처리를 했다. 버커루 관계자는 “디자인만 봐도 버커루 청바지라는 걸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며 “지금은 오히려 해외 브랜드가 이를 벤치마킹해 워싱이 강한 청바지를 새로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버커루는 2004년 15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200억원으로 증가했다.



 SPC그룹이 2006년 내놓은 프랜차이즈 떡카페 브랜드 ‘빚은’은 4년 만에 매장이 140여 개로 늘었다. 떡 시장은 제품 자체가 지닌 오래된 이미지와 영세 사업장에서의 위생 관리 문제로 사양사업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빚은은 기존 떡에 초콜릿·블루베리·치즈 같은 재료를 첨가해 젊은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떡 샌드위치, 쌀 케이크 등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전통의 멋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서용구 교수는 “시장은 고정된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며 “레드오션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일 때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도전하면 레드오션도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 정상익 팀장은 “단 1㎜의 변화가 큰 차이를 낳는다. 업종·업태·품목에 따른 차별화 핵심을 잘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퍼플오션(Purple Ocean)=치열한 경쟁 시장인 ‘레드오션’과 경쟁자가 없는 미개척 시장인 ‘블루오션’에서 유래한 말이다.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보라색이 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홍콩 컨설팅 회사 ‘트라이코어(Tricor) 컨설팅’의 수석 컨설턴트인 조 렁(Joe Leung) 박사가 2006년 제시했다.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레드오션 내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을 퍼플오션 전략이라고 한다. 기존 히트 상품의 파생상품을 만들거나 기존 제품에 새로운 서비스·판매 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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