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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영웅이 기다려지는 시절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교수·범죄심리학




해적의 총탄에 맞아 쓰러졌던 석해균 삼호 주얼리호 선장이 잠시 의식을 회복, 기적의 회생을 했다가 다시 급성 호흡부전 증세로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고 있다. 그의 병세가 과연 호전될 것인지가 전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데에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목숨까지도 희생해 제 나라의 백성을 지키겠다는 석 선장의 고귀한 리더십이 진한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희생으로 많은 이의 귀감이 된 영웅의 사례는 바로 얼마 전 10주기를 맞은 이수현의 죽음이다. 유학생이었던 그는 일본 어학연수 중 신오쿠보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는 대신 목숨을 잃었다. 위기에 빠진 이를 구하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로로 뛰어든 그의 용기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일본인에게 가슴 깊은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이미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는 있지만, 지난 1월 광주의 모 고등학교에서도 영웅이 탄생했다. 교문 앞 도로에서 미끄러지는 버스를 온몸으로 막아 여러 여고생의 목숨을 건진 버스기사 아저씨도 우리의 마음 한편을 뜨겁게 달군다. 어린 여고생들을 구하고 대신 맞이한 그의 죽음은 석 선장이나 이수현의 고귀한 희생 못지않게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유독 이번 겨울, 이들의 살신성인이 지극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각박한 이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영웅의 탄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정의를 실현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판사님도 검사님도 그리고 경찰관도 모두 배신감만을 안겨주고 있는 이 시절, 평범한 이들의 이 같은 희생은 사라져가고 있는 정의가 과연 무엇이었던가를 깨닫게 해준다. 스폰서 검사다, 함바집 비리다, 하여 국민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그야말로 특혜를 받아온 엘리트 경찰이 모친을 살해하기에 이르러, 그동안 사법기관을 우러러보며 살아온 불쌍한 백성들은 실망과 혼란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게이트와 연루된 정치인들의 부패 역시 법과 질서에 대한 잣대를 근본부터 흔들어놓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영웅의 부재, 리더십의 상실이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이 겨울의 추위를 더 한층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전이다, 구제역이다 하여 소시민들은, 신변상의 안전도 생존을 위한 방편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음을 절절히 느끼고 있다. 더욱이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추위로 수도관이 동파되고 전기마저 끊기곤 하는 재해 속을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헤쳐 나가고 있다. 이 어려운 겨울 은혜로운 마음으로 우리의 고통을 덜어줄 영웅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심정인지도 모르겠다. 부디 신묘년에는 높으신 분들께서 우리 소시민의 작은 고통까지도 헤아려 우리 곁 영웅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해본다. 이제 견디기 힘든 겨울도 끝자락이다. 봄볕과 함께 우리에게도 소소한 희망들이 샘솟기를.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교수·범죄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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