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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검객 논쟁









우리나라에서 검사(檢事)를 검객(劍客)에 비유한 연유에는 여러 설이 있다. ‘검(檢)’이 ‘검(劍)’과 발음이 같고, 검객이 ‘검사(劍士)’로도 불린 데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검사의 기소독점권을 칼에 빗댔다는 말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칼을 든 형상도 영향을 끼쳤다. 2002년 대검 중수부 과장이 검사의 애환을 담은 ‘슬픈 칼잡이 이야기(哀憐劍士說)’라는 한시를 지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검객의 으뜸 자질은 칼솜씨다. 일본에서 전설적인 검객으로 추앙받는 미야모토 무사시(1584~1645)는 비움의 경지를 최고의 검법으로 쳤다. 검법을 익히되 얽매이지 않고, 상대를 알되 미워하지 않고 마음을 비울 때 손에 든 칼은 천하무적이 된다고 했다. 중국의 장자는 포정이란 백정의 소 잡는 이야기, 즉 포정해우(<5E96>丁解牛)를 통해 칼 놀림을 예술로 끌어올렸다. ‘소 잡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듯 우아하고, 들리는 소리는 아름다운 음악과 같다’고 극찬했다. ‘소를 눈으로 보지 않고 정신으로 대하며, 소 몸 속의 결을 따라 그 빈틈으로 칼날을 놀리는 자연스러움’이 칼 다루는 법이자 도(道)의 원리라고 설파했다.



 칼솜씨만 뛰어나다고 진정한 검객이 되는 건 아니다. 십 년을 하루같이 검술을 연마하는 십년마검(十年磨劍)의 노력과 더불어 내공을 닦아야 한다. 대의명분이라는 아우라가 둘러쳐져야 무림고수의 반열에 오르기 때문이다. 나라와 주군을 위해 혹은 강호의 평화를 위해 사악한 자에 맞서 사회적 대의를 지켜내야 영웅적 검객으로 탄생한다. 1960년대 홍콩 무협영화의 전성기를 연 ‘외팔이’의 왕우, 할리우드 무협영화를 개척한 ‘와호장룡’의 주윤발,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맹인 검객으로 출연한 황정민의 역할이 그런 검객의 모델이다.



 요즘 검사 사회에서 ‘검객 논쟁’이 한창이다. 한화·태광그룹 수사를 지휘했던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의 사퇴로 촉발됐다. 그에겐 검객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눈치를 보지 않고 저돌적으로 파헤치는 수사방식이 검객을 연상시켰다고 한다. 이를 두고 사물을 이분법적으로 가른 뒤 칼을 마구 휘두르는 전근대적 기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칼잡이의 운명이라는 반론이 맞선다. 분명 검객 검사 시대는 가고 있다. 다만 비움의 칼솜씨와 대의(大義)를 생명처럼 여기는 검객의 정신마저 사라질까 걱정된다.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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