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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상처 치유, 붓은 때로 메스가 된다

관객을 맞는 첫 그림은 이응노(1904~89)의 ‘6·25’다. 폭격 맞은 건물에선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사람들은 은밀하게 움직인다. 동베를린 사건으로 구속되는 등 냉전의 역사를 살아낸 작가다. 한지에 수묵담채로 전쟁을 담아낸 이 그림은, 한국미술사에서 한국전쟁 자체를 다룬 작품이 드물다는 점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남과 북이 합심하고 화합해 우리 땅을 우리 힘으로 지키기를 염원한 김철겸씨의 작품 ‘떡메’. 전시 두 번째 섹션인 ‘기억으로서의 분단’에 선보였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다음달 6일까지 ‘분단미술-눈 위에 핀 꽃’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전쟁 60주년이던 지난해 연말 시작해 해를 넘겼다. 분단을 주제로 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쟁과 냉전이 작가의 개인사나 가족사에 남긴 상흔, 이산(離散)의 삶으로 떠밀린 해외동포 작가의 고단함, 민주화를 고뇌했던 1980년대 민중미술, 그리고 여전히 우리 일상을 옥죄는 분단 등을 형상화한 100여 점이 나왔다.




재일동포 화가 조양규의 1955년 작 ‘31번 창고’.

 ‘분단미술’을 제목으로 한국 현대미술사를 훑은, 지역미술관으로는 이례적 규모의 기획이다. 미술평론가 최열씨는 “한국전쟁 60주년이던 지난해 국내 국공립미술관에서 관련 전시가 거의 없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자리는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화단에서 분단·전쟁·통일 등이 이슈로 등장한 것은 80년대 와서다. 이전까지는 그 자체가 정치적 금기였다. 실제 전시장에도 80년대 이전 작품은 전화황·조양규 등 재일동포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가령 78년 국전 대선 수상작 연작인, 이반의 ‘팽창력 뚫음 비무장지대’ 는 수상 당시 제목이 ‘팽창력 뚫음’이었다. 청록색을 겹겹이 칠해 올린 캔버스의 결을 곳곳이 뚫고 찔러, 연좌제에 발 묶인 자신의 내재된 억압을 표출했다. 이 작품은 최근에야 비로소 제 이름을 찾았다.

 신학철·오윤·홍성담·손장섭 등 80년대 민중미술의 대표작, 서용선 등의 리얼리즘 회화를 지나면 김철겸씨 등 동시대 작가들의 현재진행형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탈북작가 선무는 강렬한 붉은 색으로, 자유에의 의지를 표현한다. 김동유는 한국전쟁 당시 위문공연을 왔던 메릴린 먼로의 초상을 점점이 쌓아 올려, 박정희와 김일성의 초상화를 완성했다.

 노순택의 사진은 남북을 망라해 전체주의를 비판한다. 이시우의 DMZ 사진은, 분단현실을 일깨우는 한편 서정과 희망을 함께 노래한다. 남도 북도 아닌 미들코리아를 꿈꾸는 양아치는 전투기를 팬시한 감각으로 장식해낸다.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20세기 후반 한국을 지배한 분단체제를 작품들은 미술사적으로 정리했다”며 “80년대 작가들이 통일 등 거대한 주제를 다뤘다면 최근 작가들은 일상에 스민 분단의 슬픔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042-602-3200.

대전=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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