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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구제역 백신 맞은 소·돼지고기, 걱정말고 드세요

신종플루가 창궐한 2009년, 해결사는 백신이었다. 어린이·학생 등 광범위하게 백신을 접종하자 유행이 잦아드는 것을 지켜봤다.

 구제역도 신종플루처럼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므로 백신이 ‘임자’다. 백신을 맞은 소·돼지의 85% 가량이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방역의 초점을 살 처분·이동 제한에 맞추면서 구제역 백신 처방이 너무 늦었다. 결과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대로 진행 중이다.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의 진단이 1주일가량 늦어진 것이 초동방역의 실패를 불렀다면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백신 접종을 결정한 것은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1월과 4월에 백신 없이도 구제역을 조기 종식한 전례가 ‘이번에도…’라는 막연한 기대와 자신감을 심어줬을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안동에서 경기북부로 퍼졌을 때는 백신카드를 바로 꺼내야 했다.

 백신 처방이 지연된 데는 ‘구제역 청정국’(FMD-free)이란 허울이 작용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구제역 발생국(중국 등)→백신 사용 구제역 청정국→백신 미사용 구제역 청정국(미국 등)으로 분류한다. 우리 방역당국은 이중 최고 단계인 ‘백신 없는 청정국’에 연연해 백신 사용을 최대한 늦췄다고 볼 수 있다.

 ‘백신 없는 청정국’이 누리는 특권은 크게 두 가지다. 돼지고기·쇠고기를 제한 없이 수출할 수 있고, 자국 방역을 내세워 구제역 발생국으로부터 축산물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특혜 모두 우리에겐 실익이 별로 없다. 2009년 우리나라의 쇠고기 수출액은 약 4억 원, 돼지고기는 16억 원 가량에 불과해서다.

 혹자는 우리가 백신을 접종해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상실하면 중국·동남아 등 구제역 발생국에서 들어오는 육류를 막을 수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신 사용 청정국’을 인정받으면 중국산 육류의 수입은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도 (구제역 백신을) 자체 생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차선책, 즉 ‘백신 사용 청정국’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OIE는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2년간 구제역 발생이 없고 돈사·축사 등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떠돌아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백신 사용 청정국’으로 인정한다. 남미의 브라질(아마존 지역 제외)·우루과이 등이 ‘백신 사용 청정국’의 예다. 백신 만능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백신의 효과가 일시적인 것도 맞다. 그러나 백신 없이 대처하다 600만 마리의 소·돼지를 희생시키고 ‘백신 없는 청정국’을 따낸 2001년 영국의 ‘상처뿐인 영광’을 답습할 이유는 없다.

 구제역 백신을 맞은 소나 돼지의 고기·우유 등을 먹어도 괜찮은가 하는 소비자의 궁금증도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백신(항원)은 가축의 몸안에 들어가면 3일 내로 분해돼 흔적조차 없어지기 때문이다(서울대 수의대 박봉균 교수). 게다가 구제역 백신은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해 만든 사(死)백신이다. 소·돼지들은 구제역 백신 외에도 돼지열병·일본뇌염 등 다양한 백신을 맞고 있으며 백신을 접종했다고 해서 도축·출하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과거에 소에 접종했던 브루셀라 백신의 경우 접종 후 일정기간이 지난 뒤에 도축하도록 했다. 이런 규정을 둔 이유는 당시 브루셀라 백신이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生)백신인데다 브루셀라는 사람과 가축이 질병을 공유하는 인수공통전염병이기 때문이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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