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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까치 까치 설날은




고정일
소설가


요한 슈트라우스 ‘피치카토 폴카’가 끝나고 이어진 연주는 너무나 그리운 선율이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윤극영의 ‘설날’ 노래가 흥겨움이 넘치는 4/4박자 마디마디 명료한 음률로 시작되자 아! 청중의 탄성이 울려 퍼졌다. ‘이 무지치(I Musici)’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꽉 메운 청중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토스카니니가 찬탄한 세계 최고 실내악단 ‘이 무지치’가 연주하면 이렇게 멋지구나, 그렇게 모두들 감격하는 듯했다.

 “까치는 등이 검다. 깜장은 섣달그믐. 까치는 배가 희다. 하양은 밝아 오는 그 이튿날. 그래서 환희 틔운 한 해 첫날을 우리 ‘설’이라 했으니, 캄캄했던 그 전날은 까치 설일 수밖에.” 어머니가 이렇게 일러주셨다고, 윤극영은 회고한다. 설날은 고향이라는 공간에서 열리는 새해맞이 축제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고향이야말로 “삶의 터전으로서의 공간이며 상처 입지 않은 대지”임을 잘 알고 있던 윤극영은 우리 어린이 노래 속에 원초적 민족정서를 그려 넣은 것이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가기도 잘도 간다/서쪽 나라로.”

 윤극영은 한낮에 희미하게 뜬 ‘반달’을 보면서 누이의 죽음과 나라 잃은 조선을 순간적으로 떠올려 신들리듯 썼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운명을 ‘쪽배’에 담아 희망을 상징하는 ‘샛별 등대’로 향하게 하는 희원(希願)이 가득 담긴 민족동요는 잠자고 있는 조선의 혼을 흔들어 깨웠다. ‘반달’은 식민지 조선의 꿈을 상징한다. 그것을 ‘샛별 등대’로 형상화함으로써 그는 민족의 앞날을 가파른 뱃길로 비유, 희망의 이미지로 나타냈다.

 윤석중은 말한다. “일제강점기 소년운동의 가장 큰 수확은 동요로 전해진 나라사랑이며, 동요운동은 어린이들의 메마른 정서에 물을 주고, 그들의 생각과 생활을 보다 맑고 밝고 곱게 이끌어 나가는 큰 구실을 했으며, 웃을 줄 알고 울 줄 아는 감성해방에 큰 역할을 했다.” 윤극영은 만년에 생활고에 시달려 미아리 장터에서 닭 잡는 일을 하고 ‘반달’ 글씨를 써서 돌아다니며 팔아서 어려운 생계를 꾸리다가 1988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생애는 ‘음악적인 활동’이 주종을 이루면서도 방정환과 어린이 사랑 운동에 깊이 헌신한 ‘문화애국 활동’이 돋보인다.

 감사원이 언젠가 국가유공자 등록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가유공자 3074명 중 993명이 전·현직 공무원의 허위신고와 국가보훈처의 무책임한 심사 등으로 부적절하게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한 사람을 예우하기 위한 국가유공자 제도가 ‘엉터리 유공자’의 주머니를 불려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윤극영, 우리는 그를 ‘고마우신 선생님’이라 하면서도 그저 역사 속에 묻어 버린 채 아무 보답도 하지 못했다. 올해가 윤극영 탄생 108주년이다. 이번 설에도 우리 아이들은 때때옷 차려 입고 노래를 부를 것이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고정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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